과학자들, '천재·광기는 연관 있다'는 과학 근거 제시
한상혁 기자 이메일hsangh@chosun.com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화가), 버지니아 울프(작가), 애드거 앨런 포(작가)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천재의 상당수는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와 관련, 미국의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제5차 세계과학축제에서는 천재(genius)와 광기(madness)는 종이 한장 차이라는, 이른바 '고통받는 천재(tortured genius)' 가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와 연구들이 소개됐다고 2일 보도했다. 발표한 세 명의 과학자는 모두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
존스홉킨스 의대 케이 재미슨은 "기분장애, 특히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기분장애(bipolar disorder)가 천재들이 가지는 창의성과 연관 있다는 연구결과가 20~3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재미슨 역시 앓고 있는 양극성 장애는 극단적 행복감(조증·mania)과 심한 우울감 사이를 오가는 병이다.
16세 청소년 70만명의 지능지수를 검사하고 10년 후 이들의 정신병 여부를 조사한 스웨덴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지능이 평균 이상인 사람은 양극성 장애를 앓게 될 위험이 네 배 높았다.
캘리포니아대(어바인 캠퍼스) 신경생물학과의 제임스 펠론은 조울증과 창의성의 관계를 설명했다. 심한 우울증에서 벗어나 조증으로 향하기 시작할 때 뇌의 전두엽 아랫부분 활동이 저하되면서 윗부분이 강하게 활성화되며, 이때 창의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서던 캘리포니아대(USC)의 에일린 삭스는 정신병자가 제한 없이 상상하는 능력이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의식 표면에 떠오르기 전에 걸러내지만, 정신병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서로 상충하는 생각을 동시에
떠올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튤립’이란 단어가 연상시키는 내용을 모두 적게 했을 때, 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세 배나 많은 단어를 연상했다. 삭스는 "억압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심오한 뭔가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천재적인 발생은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됐을지언정, 당사자들에게는 극심한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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