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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지령 받아 GPS 교란기술 北에 넘긴듯

淸山에 2012. 5. 31. 06:28

 

 

 

 

北지령 받아 GPS 교란기술 北에 넘긴듯


北지령 받은 비전향장기수, 방산업체 前직원에게서 정보 빼내

 

동아일보 DB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장치와 레이더 장비, 탄도미사일 기술, 스텔스 항공기 도료 등 최첨단 군사기술 정보를 북한에 넘기려던 비전향장기수 출신 대북(對北) 무역회사 대표 등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달 수도권에서 일어난 북측의 GPS 교란 시도가 이번 기술 유출과 관련이 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국군의 GPS 기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파교란 장치 등 군사기술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넘기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죄)로 D무역 대표 이모 씨(74)와 뉴질랜드 국적인 김모 씨(56)를 이달 초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북한군의 공격을 미리 관측할 수 있는 대공망 구축에 필수적인 고공 관측 레이더와 장거리 로켓 위치탐색 안테나(NSI 4.0), 전투기 조종사들이 활용하는 비행시뮬레이션 장비, 해안침투에 이용되는 수중 탐지장비 등 최신 군사기술 정보도 빼내 북한에 넘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 중국 단둥(丹東)에 있는 이 씨 소유 주택에서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으로부터 ‘군사정보를 수집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이 씨는 지령을 수행하기 위해 김 씨에게 부탁했고, 이 씨의 청탁을 받은 김 씨는 국내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했던 정모 씨 등에게 접근해 각종 군사기밀을 수집한 뒤 이 씨에게 e메일로 보냈다.

 

 


주범인 이 씨는 1972년 2월 간첩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아 복역하던 중 1990년 가석방으로 출소한 비전향장기수 출신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우리 군이 쓰는 장비의 제원 등이 적힌 카탈로그와 장비의 사용 방법 등이 자세히 적힌 매뉴얼로 일반인은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비밀 정보”라며 “이 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갔다면 우리 군의 전력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검찰은 이 씨가 북한에 관련 정보를 넘겼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北지령 받은 주범, 묵비권-혐의 부인… 간첩 행태 그대로

 

■ GPS 교란 기술 北에 넘기려한 2명 구속

 

 


최첨단 군사기밀을 빼내 북한에 넘기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죄)로 구속 수감된 이모 씨(74)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도 철저히 간첩과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주범 이 씨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 조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혐의를 시인하지 않을 수 없는 확실한 물증을 들이대지 않는 한 일체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수사당국에서의 진술 자체도 투쟁의 한 과정으로 여기는 간첩 등의 행태와 비슷하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반면 뉴질랜드 교포인 공범 김모 씨(56)는 비교적 순순히 자신의 혐의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1994년부터 대북 교역을 해왔다. 그는 고사리 도라지 송이버섯 등 농산물과 평양소주 등을 북한에서 수입해 국내에 판매했으며 2005년에는 30억 원을 들여 북한에 생수 공장을 세우고 ‘강서청산수’라는 상표로 남한에 들여와 판매하기도 했다. 이 씨는 대북 교역을 하면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도 간첩죄로 수감돼 비전향장기수였던 이 씨에게 각종 이권을 주면서 그를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2000년 뉴질랜드 국적을 얻은 김 씨는 이 씨의 지시를 받아 각종 군사 장비 정보를 수집해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김 씨에게 보낸 e메일에는 ‘현품을 구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도 있다”며 “이들이 실제 장비를 구해 넘기려고 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비전향장기수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전향장기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전향장기수는 과거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 사회안전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돼 7년 이상의 형을 복역하면서도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장기수를 말한다. 광복 이후와 6·25전쟁 당시 빨치산이나 인민군 포로, 6·25전쟁 이후 북한에서 남파된 정치공작원 등이나 남한의 자생적인 반체제 운동가 출신도 있다.

 

 현재 감옥에서 복역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는 없다. 김대중 정부 때 이미 사면을 통해 모두 출소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출소한 비전향장기수에 대해서도 당국 차원에서 별도로 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비전향장기수에 대해 별도의 관리 규정이 없다”며 “예전에는 비전향장기수의 재범 위험성에 대해 경찰이 동향파악을 하긴 했었지만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인권 침해 등 논란이 빚어져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비전향장기수는 2000년 8월 기준으로 88명이 있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조성된 남북화해 무드로 본인의 희망에 따라 63명이 북한으로 송환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北, 지난달 28일부터 16일간 수도권에 GPS 교란 공격

 


항공기-선박 운항 차질 겪어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수도권을 겨냥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공격을 감행했다. 개성지역의 북한군 부대에서 16일간 발사된 GPS 교란 전파 때문에 남측의 항공기 676대와 선박 122척의 GPS가 불통돼 운항에 지장을 겪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직후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은 중단됐다. 북한이 교란 공격을 멈춘 것은 대남공격을 통해 신형 GPS 교란 장비의 성능 시험이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아울러 북한이 신형 장비의 작동 범위와 성능, 출력 효과 등 ‘도발 결과’를 정밀 분석해 앞으로 더 강력하고 기습적인 GPS 교란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GPS 교란 전파는 지상과 해상은 60여 km, 공중은 200여 km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50∼100km 범위 안의 GPS 전파를 교란할 수 있는 러시아제 차량 탑재형 전파방해 장비를 도입해 군사분계선(MDL) 인근 2, 3곳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지역 대부분이 포함되는 400km 범위 안의 GPS 수신을 방해할 수 있는 신형 장비를 러시아에서 도입했다는 첩보도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