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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알레그로, 때론 포르테, 매장 음악 마케팅의 비밀은

淸山에 2012. 5. 27. 18:06

 

 

 

 

 

안단테, 알레그로, 때론 포르테, 매장 음악 마케팅의 비밀은

 
매출·심리를 좌우하는 선율의 미학
 
       


 커피와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 커피전문점 다빈치에는 주로 잔잔한 재즈 풍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덕영치과병원에는 원장이 진료를 할 때 환자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인간의 영혼을 달래고 어루만지는 음악의 힘은 첨단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감성을 자극해 기분을 바꿔주고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무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음악은 인간의 행동양식을 조정하는 능력까지 갖고 있다. 그래서 음악은 소비자행동을 좌우하는 마케팅의 훌륭한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가 자주 찾는 매장의 음악을 떠올려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빠른 비트의 최신 유행음악을 들려준다. 의자도 좁고 딱딱한 소재로 만든 것들이다. 여기에는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치밀한 의도가 깔려 있다. 반면 병`의원에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풍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적절한 음악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조절해 결국 전체 매출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고 했다. 우리가 매장에 가면 듣는 음악, 그 음악에는 소비자를 쥐락펴락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 비밀의 커튼을 들춰봤다.

 

◆백화점의 시간대별 음악 전략

 

 

대구 대백프라자 10층에는 방송실이 있다. 이곳에는 장아름(29)`박지후(28)`조미화(22) 씨 등 3명의 여성이 대백프라자점과 본점의 음악방송을 맡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방송반 생활을 했던 전문 DJ(디스크 자키) 수준으로 목소리까지 낭랑하고 편안하다.

 

이들에게 매장 음악의 비밀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어떤 시간대에 어떤 고객이 오는냐에 따라 그 취향을 맞추고 있다는 것’. 고객중심,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백화점 직원다운 대답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오전시간대에는 중년 여성들을 고려한 클래식음악 들려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매력이 있는 주부들이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쇼핑을 즐기라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오후부터는 조금씩 달라진다. 대백프라자의 경우 경쾌한 음악으로 옮겨가면서 재즈 팝이나 최신 대중가요도 들려준다. 씨스타, 포미닛, 아이유 등 아이돌 그룹의 노래도 내보낸다. 특히 젊음의 거리 동성로에 있는 본점의 경우에는 젊은 고객들로 붐비는 오후에는 대중가요 중심의 경쾌한 음악을 튼다.

 

오후 5시가 지날 무렵이면 음악이 또 바뀐다. 이루마, 베토벤 등 피아노 연주곡 등이 내보내 고객들에게 하루를 리듬감있게 마무리하는 기분이 들도록 한다.

 

동아백화점의 경우도 거의 비슷하다. 매장 문을 열기 전에는 직원들을 위해 신나는 최신 가요와 팝송 위주로 음악을 편집하고, 개장과 함께 오전에는 조용한 분위기의 클래식 음악과 뉴에이지 음악을 송출하고 있다. 오후에는 다소 빠른 비트의 활기찬 음악으로, 저녁시간대에는 가요와 팝송을 들려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통합방송 채널을 운영해 시간대별, 계절별로 구분해 전국에 있는 모든 매장에 같은 음악을 내보낸다.

 

◆생음악이 있는 치과

 

23일 찾은 대구 중구 덕영치과병원에는 알반 베르크 현악 사중주 베스트 앨범(Best Of Alban Berg Quartett)의 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듣기 편안한 곡이었다.

 

이곳에는 색다른 음악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이재윤 병원장은 오래 전부터 환자를 치료할 때, 육성으로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이 병원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환자 이근채(47`회사원) 씨는 “처음엔 치과의사 선생님이 부르는 노래인 줄 몰랐다. 기계음이 가득한 치료실에서 생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푸근했다”고 했다.

 

이재윤 병원장은 ‘루루 할아버지’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치료를 하면서 주로 들려주는 음악이 가수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인데 노래 가사 중 ‘루루루루 루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라는 가사 때문이다. 실제 기자 앞에서 한번 들려줬는데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그 어떤 음악보다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병원장은 “음악은 돛단배를 띄운 강물처럼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며 “임플란트 1개를 심는데 보통 3분 가량 걸리는데 노래 한 곡을 흥얼거리는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음악이 생명인 커피전문점

 

대구 동성로 한복판에 자리한 커피전문점 다빈치 본점. 이곳에는 분위기 있는 재즈 풍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객들은 조용히 얘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으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박미영 다빈치 전략개발팀 주임이 매장 음악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다소 의외였던 사실 하나는 대중가요를 거의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고객이나,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 등에게 음악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박 주임은 오전에는 주로 여유롭고 편안한 음악 위주. 오후 또는 피크타임에는 경쾌한 재즈 팝 음악 위주로 편성한다고 했다. 단 크리스마스 등 이색 시즌에는 캐럴 위주의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커피전문점 등 공공 장소는 음원에 대한 저작권료 때문에 매장당 1만∼2만원 상당의 별도 경비를 지출하고 있음도 알려줬다.

 

이곳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이렇다. 보사노바풍의 음악으로 모니크 케수스의 ‘You and I both’, 크리스 댈란노의 ‘True Colors’ 등과 스윙 재즈류의 음악인 버드 파웰 트리오의 ‘Celia’, 듀크 엘링턴의 ‘Tea for two’ 등이다. 이와 함께 프렌치팝과 R&B 소울 등의 음악들도 선사한다.

 

◆은행에도 매일 음악방송 흘러

 

금융회사 점포에도 음악이 끊이질 않는다. 대구은행은 파랑새방송국을 운영한다. 파랑새방송국은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모든 영업점에 ‘파랑새 음악여행’이라는 대고객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주제를 달리한 생활정보와 전화사기 예방 안내 등을 한다. 음악은 인기가요, 팝, 클래식, OST(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선곡한다. 평균 8, 9곡 정도를 내보낸다고 한다. 낮 시간이기에 밝고 상쾌한 느낌의 곡 위주로 선택하고 있으며, 너무 시끄러운 곡은 고객 응대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하고 있다.

 

월말에는 음악이 전략적으로 달라진다. 20일부터 월말까지는 공과금 마감일 등으로 인해 점포가 혼잡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발라드 같은 조용한 음악을 들려준다.

 

평소 자주 내보내는 음악은 비발디, 모차르트, 하이든 등의 클래식과 임형주, 조수미 등의 팝페라와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등 뮤지컬 음악 등이다. 캐빈 컨, 장세용, 전수연, 바이준, 이사오 사사키, 이루마 등의 가사 없는 연주곡도 매일 1, 2곡 정도 선사한다.

 

음악적인 재치를 발휘할 때도 있다. 지난달 벚꽃 시기에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여수엑스포 정보를 소개한 뒤에는 ‘여수 밤바다’를 틀기도 했다.

 

대구은행 홍보부 박지은 씨는 “음악방송은 객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고객들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고, 고객 응대로 바쁜 직원들에게는 활기찬 힘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