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화폭의 예술

[강운구의 쉬운 풍경 11] 상징

淸山에 2012. 5. 26. 20:11

 

 

 

 

 

상징

[강운구의 쉬운 풍경 11]

 

[중앙일보]

 

 

 

 

 

 

 

대구광역시 달서구, 2012 (ⓒ강운구)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비유나 상징의 대상이 된다.

 이를 테면 잘려나간 해묵은 소나무의 그루터기, 그리고 그 곁에서 겨우 뿌리를 내린 어린 소나무 같은 것도 제각각으로 또는 두 가지가 합해지거나 해서 심오한 또는 유치한 의미의 비유나 상징이 된다(그나저나 그루터기 곁의 새끼 소나무가 모쪼록 잘려나간 나무의 친자이길, 그리고 부디 굳세게 자라길).

 

서원이나 비각의 대문 같은 데 그려져 있는 태극 무늬 빛깔도 본디 거창한 뜻을 가진 상징이다.

 

그것을 차용해서 장식하고 있는 대문 또한 크게 보아 상징이다. 그 가운데에 걸려 있는 쇠로 된 자물쇠고리는 실용이지만, 여전히 상징이 될 수 있다. 그 고리에 끼워져서 잠근 시늉을 하고 있는 작은 나무 막대기 또한, 여기 잠겼으니 열고 들어오지 마시오 하는 상징일 수밖에 없다. 그 상징을 무시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막대기를 뽑아내고 열면 된다. 모든 상징은 오해될 수도 있고 모른 척 무시될 수 있다.

 

 대체로 격이 높으면 직접적 의사를 내뱉지 않고 에두른다. 이것이 문화다. 떳떳하지 못하거나 해서 숨기려 할 때도 내놓고 에둘러 친다. 이것도 또한 문화다. 단순한 문제도 어렵고 복잡하게 하는 것이 문화일 수도 있다. 그리고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것이 예술의 한 속성일 수도 있다. 추상이거나 사실이거나 간에 모든 그림이나 사진은 상징성을 띠고 있다. 그것은 그래서 보고, 읽고 느껴야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엔 쉽고 단순하게 말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진은 “국제적인 시각언어”라고 한다. 이 말은 대체로 긍정할 만하다. 그러나 나라마다 다른 관습이나 문화적인 상징을 다 알지 못한다면 그 시각언어는 그 구조가 생각보다는 성글어서 의미를 잘못 읽게도 한다.

 

 뻔한 사진을 놓고 척하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나이가 들면 유치해진다더니, 전엔 보이지도 않던 사소한 것들이 의미 깊게 보인다.

 나이만큼만이라도 깊게 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