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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은 대추는 과일 사과보다 두 배 달지유~"

淸山에 2011. 10. 13. 16:59

 


 
 

"나, 보은 대추는 과일 사과보다 두 배 달지유~"

色다른 보은 햇대추

이게 진짜 대추 맞나 싶었다. 잘 익은 대춧빛 얼굴을 한 '중앙농원' 이준해 대표가 싱긋 웃었다. "보은 대추 처음 본 분들이 다 그런 반응이에요. '이런 대추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죠."

충북 보은에서는 요즘 햇대추 수확이 한창이다. 이곳 대추를 보는 순간 대추에 대한 선입견은 깨진다. 그리고 대추가 과일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인식하게 된다. 길이가 거의 남자 어른 손가락 두 마디만한 데다 터질 듯 통통하다. 씹으면 사과처럼 아삭하고 달콤하다. 아니, 사과보다 훨씬 달다. 이준해 대표 말로는 보은 대추 당도는 30브릭스(Brix·당도 측정 기준). "대추가 꽤 달죠? 수확이 끝나가는 11월 초에는 35브릭스까지도 나옵니다." 사과의 당도는 11~15브릭스쯤. 대추가 사과보다 배 이상 달다는 뜻이다.

 

 

▲ 갓 수확한 대추. 아삭아삭 씹는 맛과 달콤한 맛이 남다르다. 대추도 과일이었구나 새삼 깨닫는다.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canyou@chosun.com

 
대추 명산지 명성 되찾고 있는 보은

대추는 폭에 따라 7등급으로 분류된다. 가장 큰 '왕초'는 폭이 30㎜이다. 손가락 두 마디만한 대추가 이 왕초 등급이다. 가장 작은 '하초'가 폭 20㎜. 왕초와 하초 사이에 별초·특초·상초·중초가 있다. 폭이 2㎜씩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6등급에 30㎜가 넘는 특대 대추를 '특왕'이라고 따로 분류한다.〈표 참조〉

보은군청에는 '대추육성계'라는 부서가 있다. 보은군 담당자는 "대추만 따로 취급하는 부서가 있는 건 보은이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예부터 보은은 대추로 유명했다. 세종실록에도 대추 명산지로 기록됐을 정도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추 산지의 명성을 잃어갔다. 빗자루병 때문이었다. 보은군에선 "대추나무 가지와 잎이 빗자루처럼 마르는 병"이라면서 "40여년 전부터 서서히 보은 지역 대추나무가 말라죽었다"고 설명했다.

 

 

 

보은에서 대추 명성을 되살리기로 한 건 2006년부터. 군 농업기술센터에 '대추대학'을 개설하고 원하는 수강생에게 대추 재배 기술을 1년 동안 가르쳐준다. 이준해 대표도 대추대학을 졸업했다. 이 대표는 여기서 배운 대로 대추나무를 관리하고 대추를 생산한다. 중앙농원 1500여 그루 대추나무는 하우스 안에 있다. 대추나무는 바람이 통해야 잘 자라기 때문에 일반 농산물을 재배하는 하우스처럼 투명한 지붕은 있지만 벽은 없이 뚫려 있다. 이렇게 해야 "비가 많이 오건 적게 오건 날씨에 상관없이 나무가 잘 자라고 과일에 상처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가지치기를 통해 가지 사이로 바람이 통하게 해주는 한편, 대추가 너무 많이 달리지 않으면서 하나 하나의 씨알이 굵어지도록 한다. 여기에 지대가 높아서 일교차가 큰 보은 기후가 더 달고 더 굵은 대추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추는 날로 먹는 과일"

보은군에 따르면 생대추 기준으로 1381t을 지난해 생산했다. 경북 경산과 군위에 이어 셋째이다. 국내 전체 대추 생산량의 7.5%이니 적은 양은 아니지만, 사과 대체 작물로 대추를 선택한 경산과 군위보다 적다.

이 대표는 "보은에서는 '대추는 과일'이라는 개념으로 생산하고 판매한다"고 했다. 대추가 흔히 말려서 유통하기 때문에 과일이라는 인식이 적은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과일로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부터 수확, 판매까지 섬세하게 관리한다. 다른 지역에서 대개 기계로 대추를 털어내는 방식을 쓰는 반면, 보은에서는 손으로 수확한다. 기계로 수확하면 편리하지만 적갈색으로 잘 익은 대추와 덜 익은 대추가 섞이는 데다, 땅에 떨어지면서 모래가 박히고 상처가 난다. 수확하고 분류해 포장할 때도 자칫 대추 표면에 상처가 날까 면장갑을 낀다.

이렇게 생산한 보은 생대추는 색다른 과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대표는 "80%가 생대추로 팔린다"면서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중초 이하 작은 대추나 갈라진 대추는 생과일로 팔지 않고 말린다. 이 대표는 "잘 익은 대추는 말리면 짙은 붉은색이지만, 덜 익은 대추를 말리면 분홍빛이 난다"고 했다.

보은에선 10월 초 대추 수확을 시작해 11월 중순까지 한다. 이 대표는 "영하 1~2도까지는 괜찮지만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얼면서 수분이 빠져 과육이 푸석해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생대추를 먹을 수 있는 것도 11월 중순까지란 얘기다.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대추가 몸에 좋다는 뜻이리라. 한방에서는 대추가 성질이 따뜻하며 영양을 돕고 위를 편하게 한다고 하여 한약재로 두루 썼다. 자양제, 신경안정제, 혈액 정화제 따위로 처방했다. "더 따서 먹으라"는 이 대표의 권유를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중앙농원 충북 보은군 보은읍 삼산리 169-31, (043)544-2796

◆여행수첩

보은대추축제: 오는 14~23일 보은읍 뱃들공원 등지에서 열린다. 보은 대추를 평소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대추를 직접 따보는 ‘대추나무 길 걷기’를 비롯하여 대추 전통혼례식, 대추고을 맛자랑 경연대회, 대추 유물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축제 기간 제34회 속리축전과 제16회 단풍가요제도 열린다.

법주사: 보은의 얼굴. 553년 창건했으니 역사가 1500년이 넘는 고찰(古刹)이다. 역사가 깊은 만큼 귀한 유적도 많다. 쌍사자석등, 팔상전, 석련지 등 국보만 세 점이나 된다. 속리산 단풍을 곁들여 당일 또는 1박 여행으로 좋다.

정2품소나무: 속리산 올라가는 길, 법주사 앞을 지키고 있다. 조선시대 세조가 가마를 타고 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 나뭇가지에 걸릴까 걱정하자 가지를 스스로 들어올렸다고 하여 정2품 품계를 받은 나무로 유명하다. 이런 설화가 없더라도 그냥 찾아가 볼 만큼 잘생긴 소나무이긴 하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 정2품소나무.

 

선병국가옥: 1919~1921년 세워진 한옥. 건물의 칸이나 높이를 크게 하는 당시 새로운 ‘스타일’의 한옥 전형을 보여준다. 전통찻집도 있다. 보은군 장안면 개안리 154, (043)542-9933

경희식당: 보은을 대표할 먹을거리라면 속리산 깊은 골에서 나오는 산나물을 주인공으로 올린 한정식이다. 법주사 올라가는 길을 따라 산채정식을 주로 내는 식당이 무수히 많다. 이 중에서 경희식당이 역사나 맛에서 발군이다. 계절에 따라 40가지가 넘는 반찬이 나온다. 가짓수보다 하나하나의 맛이 대단하다. 각종 버섯과 나물은 다른 어디서 먹은 것보다 맛과 향이 짙다. 북어 보푸라기, 잘게 다져서 새콤하게 무친 더덕 등 손이 많이 가서 요즘 보기 힘든 반찬도 맛볼 수 있다. 옛날식으로 바짝 말린 굴비도 식욕을 자극한다. 2인 이하 1인당 2만5000원, 3인 이상 1인당 2만2000원. (043)543-3736. 가야식당(043-543-3691), 속리산토속음식(043-543-3917)도 괜찮다.

보은군 문화관광과 (043)540-3393~5, tourboeu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