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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의경 "시대에 묻힌 친구들 노래로 그린다">

淸山에 2011. 9. 23. 10:50

 

 

 
 
<방의경 "시대에 묻힌 친구들 노래로 그린다">

 

 

공연 연습 중인 방의경/사진작가 음상열 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꽃잎 끝에 달려있는 작은 이슬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데로 데려갈까~.'(아름다운 것들) 양희은이 불러 유명한 1970년대 번안 포크송 '아름다운 것들'의 가사를 쓰고 처음 노래한 가수는 1세대 여성 싱어송라이터 방의경(62)이다.
지금 세대에겐 생소한 이름인 그는 1970년 YWCA가 청년 쉼터로 만들어 윤형주, 서유석, 김민기, 양희은 등 포크 음악인을 배출한 '청개구리의 집' 개관 멤버이자, 포크 음악의 산실인 충무로 음악감상실 '내쉬빌' 멤버로 포크 팬의 전설로 불린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에 따르면 방의경은 자기 음반에 작사, 작곡, 편곡, 기타 반주, 노래까지 한 국내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1976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방의경이 2008년 모교인 이화여대 공연에 이어 2년6개월 만에 다시 고국 무대에 오른다.

오는 16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릴 '방의경 포크 콘서트 2011 귀국 공연'에서 그는 자신의 대표곡과 가을께 발표할 생애 두번째 독집 음반 신곡을 노래한다.

새 음반은 1972년 발표해 판매 금지됐던 그의 유일한 독집 '방의경 내 노래 모음' 이후 약 40년 만이다. 8일 연합뉴스와 만난 방의경은 "내 나이 예순이 되면 철이 들 것 같아 스스로 성장한 모습으로 곡을 쓰겠다고 생각해 이제서야 다시 음악과 마주했다"며 "그런데 나이 들어도 철이 들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장식미술과 68학번으로 미국에서 액세서리 디자인 회사를 경영했던 그가 다시 고국에서 음악 활동을 재개한 배경은 이렇다.
"1970년대 포크음악 동호회 카페인 '바람새친구'를 2000년대 초 알게 됐는데 그 카페를 통해 제 노래로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지금도 제 음악을 기다리는 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 이후 지금도 사방에서 절 보는 느낌이 들어 긴장되더군요. 그간 저 혼자의 인생을 살았는데 그분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로소 제 마음 안의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바람새친구'와의 인연으로 그는 무대에 오를 용기를 얻었고 이번 공연도 이들과 함께 진행한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방의경 혼자 그 시절을 만든 게 아니라 한 마음이 되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친구가 많았다는 걸 전하고 싶다"며 "세월이 싫어 떠난 친구들, 이름도 남기지 않고 잃어버린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에 싣고 싶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며 지난 시대의 아픔을 찬찬히 풀어냈다.

1971년 당시 방의경/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 씨 제공


1971년 방의경과 김민기(맨 우측)/박성서 씨 제공

 

 

1970년대 '청개구리의 집'/박성서 씨 제공


방의경의 처녀곡은 1970년 대학 시절 만든 '겨울'.

"대학 시절 사회가 엉망이었죠. 학생들은 데모하고 제대로 사회가 안 돌아간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쓰던 글에 음을 달자 노래가 됐죠. 데모하다가 잡혀가 매 맞고 있는 친구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에게 노래로 위로해주고 싶어 그 노래가 들리도록 창문을 열어놓고 입버릇처럼 노래를 만들어 불렀어요." 인혁당 사건 당시 쓴 '하양나비'와 '마른 풀'은 눈물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는 "하루하루가 비상시국이었다"며 "신문을 보는데 20명 정도의 얼굴이 실려있고 무기징역, 사형 등이 보도됐다. 모두 학생이었다. 기가 막혔다. '하양나비'는 가시는 분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고 '마른 풀'은 비록 가시더라도 당신들이 우리에게 소생한다는 의미로 썼다"고 말했다.

존 바에즈의 곡 '매리 해밀튼(Mary Hamilton)'에 가사를 붙인 '아름다운 것들'은 1971년 서울대 문리대 축제에서 이화여대 대표 가수로 노래하러 갈 당시 쓴 곡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는 세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덕택에 다행히 금지곡이 되지 않았어요. 당시 서울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는데 함께 초청받은 양희은과 서유석 씨가 노래 가사를 알려달라더니 그 무대에서 또 불렀죠. 그 계기로 두 사람의 목소리로 각각 발표됐어요. 전 그동안 이 노래를 아무데서도 안 불렀어요. 양희은씨에게 노래를 줬기에 한번도 레코딩을 한 적이 없죠." 자작곡으로만 채운 '방의경 내 노래 모음'은 취입 전 마이크 테스트를 위해 연습 삼아 부른 게 발매됐다고 한다.

'나 어릴 때 친구해주던 그 언니 어데 갔소, 나 슬퍼 울 때 달래주던 그 오빠도 가는구려~'(그들), '오 그대는 아는가 불꽃송이여, 무엇이 네게 죽엄(주검)을 데려와 주는가를~'(불나무) 등이 수록됐다.

그러나 이 음반은 저항적인 노랫말이 담겼다며 발매 1주일 만에 폐기 처분됐다.

박성서씨는 "김민기씨가 일기를 쓰듯 담담히 노래했다면 방의경씨는 시대의 제약을 받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맑은 목소리로 얘기하듯 노래했다"며 "김민기씨의 음악이 눈 뜨고 깨어있게 했다면 방의경씨의 음악은 눈 감고 귀기울이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이번 공연에서 방의경은 새로이 준비 중인 두 번째 독집 음반 수록곡을 선보인다. 두 번째 독집에는 '아름다운 것들' 등 1970년대 만들었으나 취입한 적이 없는 미공개 곡과 신곡이 담긴다.
신곡은 2008년 국내 공연 때 부른 곡으로 '행복을 내 안에서 찾자'는 메시지를 중년에게 전하는 '행복이 있다기에'와 친구같은 딸(28)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마이 러브(My Love)', 우리 민족에게 남은 숙제인 통일의 염원을 담아 2009년 6월 25일 썼다는 '소원' 등이다.

그는 "2003년 우연히 국내에 들어와 무대에 선 적이 있는데 이때 목이 쉬어 소리가 잘 안 나오더라"며 "그런데 2008년 희한하게 목소리가 돌아왔다. 이제 삶을 살아낸 목소리가 나와 내 마음 안의 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무대에 오르는 설렘을 전했다.

또 그는 최근 무교동 음악감상실 세시봉 출신 가수들의 음악이 재조명되는데 대한 반가움도 표시했다. "세시봉 출신 가수들은 세월을 같이 지낸 좋은 친구들이죠. 지금 세대가 다시 그들을 반겨주는 세상이 된 게 감사합니다." 그의 공연 티켓은 '바람새친구' 사이트(cafe.daum.net/winbird)에서 예매할 수 있다.

방의경 독집 음반 재킷/박성서 씨 제공

01. 그들

나 어릴 때 친구해주던 그 언니 어데 갔소

나 슬퍼울 때 달래주던 그 오빠도 가는구료

언제까지 기다려야 그들이 돌아올까

다른 사람 나를 보고 꿈 꾼다 하지만

그리움 달래는 이 내 마음을 어느 누구 알리오

예쁜 꽃핀 사다 주면 내 볼을 튕겨 주었고

장난감 사다주며 나를 안아주었었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그들이 돌아올까

다른 사람 나를 보고 꿈 꾼다 하지만

그리움 달래는 이 내 마음을 어느 누구 알리오

이제는 밤길을 혼자 거닐며 외로움을 가져봤지만

그들의 영원한 행복한 사랑을 나 어찌 빌지 않겠소

언제까지 기다려야 그들이 돌아올까

다른 사람 나를 보고 꾼 꾼다 하지만

그리움 달래는 이 내 마음을 어느 누구 알리오

02. 폭풍의 언덕에 서면 내 손을 잡아주오

그 언젠가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라

영혼의 샘물 흐르게 하려하니

황혼이 지는 때에 그림자 되려네

귀한 나의 친구라 함께 걷도록

별들이 뛰노는 하늘 바다 푸르러도

폭풍의 언덕에 서면 내 손을 잡아주고

양지 바른 들이면은 발길을 맞추세

귀한 나의 친구라 함께 걷도록

생각나는 추억이라고 말하지말고

내 쉬는 숨소리들도 함께 하려니

어둠이 돌아서고 한 길로 모여야지

귀한 나의 친구라 함께 걷도록

귀한 나의 친구라 함께 걷도록

03. 들이 있는 나의 집

그 언젠가는 내 다시 돌아가는 들에 있는 나의 집

수많은 길 찾아 헤매였지만 내겐 모두 꿈이었네

어머니 계신 그 곳에 나 다시 돌아가리

뒤뜰 나무들도 반기겠지 쉬고픈 내 발길을

봄엔 들판에 꽃길이 피어나고 나비들도 찾아오는

나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그 밭의 친구 보고파라

모두 잠들면 별들이 뛰노는 내 집에 가고파라

흙내음 돋아나는 그 곳에 내 발을 묻으려고

모두 버리고 떠나온 고향이라 돌아가나 망설여도

다시 돌아오라 기다리는 등불을 찾아가야겠네

비오는 날이면 화롯가에 모이던 모습들

아직 이 맘 그리워서 밤길을 걸어가네

04. 불나무


산꼭대기 세워진 이 불나무를
밤바람이 찾아와 앗아가려고
타지도 못한 덩어리를 덮어 버리네
오 그대는 아는가 불꽃송이여
무엇이 내게 죽음을 데려와 주는가를 음~

덩그러니 꺼져버린 불마음 위에
밤별들이 찾아와 말을 건네어도
대답 대신 울음만이 터져버리네
오 그대는 아는가 불꽃송이여
무엇이 내게 죽음을 데려와 주는가를 음~

산 아래 마을에도 어둠은 찾아가고
나돌아 갈 산길에도 어둠은 덮이어
들리는 소리 따라서 나 돌아 가려나
오 그대는 아는가 불꽃송이여
무엇이 내게 죽음을 데려와 주는가를 음~

05. 파도 바람 구름 철길 친구

파도가 이는 이 바닷가에 언젠가 찾아온 바람이 있었구료

한날이 지는 저녁밤에도 달빛을 가려주는 구름이 있소

아~ 언젠가는 거친 빗방울로 나려질 바람과 구름이

철길이 서있는 이 뒤안길에 친구여 아름다운 길이 있었구료

하늘이 내려준 영원한 길 끝없이 걸어서 가보세

아~ 언젠가는 편히 쉬기도 하는 영원한 이 길을 가보세

06. 나그네처럼

흐르는 바람따라 흘린 마음은

어느 작은 시골길에 망부석 같아

해 지는 그 언덕에 혼자 섰구려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나그네 처럼

고왔던 구름따라 물든 마음은

바닷가에 버려진 모래알 같아

무심히 다가서는 파도를 맞네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나그네 처럼

하늘을 나르는 철새같은 마음은

그 어덴가 둥지 찾는 새 마음 같이

날 지는 바다 위를 힘차게 나르네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나그네 처럼

07. 할미꽃

사람들 발 앞에 흙덩이 쌓이고

그 위에 고개 숙인 할미꽃

잊혀진 서러움도 땅 속에 묻고

외치던 소리들도 나르겠지

그래도 그 길 위엔 달빛이 있으니

친구여 내 손 잡고 걸어가세

한적한 강 가에 꽃들이 피고

노젖던 뱃사공도 잠들면

하늘에는 흘리던 그길을 잃으니

한 밤에 길 잃은 나그네

그래도 먼 산 너머 태양이 머무니

친구여 우리 함께 가야하리

친구여 우리 함께 가야하리

08. 내리는비야

아무도 모르게 나리는 비야

서러운 이 맘을 달래주려나

멀리서 들려오는 저 소리는

이제는 가버린 사람인데

왜 기다릴까..

비가 나리는데..

생각이 떠올라도 잊혀진 것을

보고프다 말 전해도 대답은 없네

밤이면 나그네 같이 떠가는 발길

오히려 내가 먼저 가버릴것을

왜 기다릴까..

비가 나리는데..

함께 걷던 이 길에 비가 내려도

그리운 모습은 올 수 없는지

길 잃은 길손인가 어디에 있나

이대로 나 혼자만 밤을 지우네

왜 기다릴까..

비가 나리는데..

09. 풀잎

한 밤이 다가서며 어둠에 묻혀도

이 사람은 걷는 길은 밝혀있으리니

길 가에 돌맹이랑 설움을 말해도

정다운 눈빛 속에 곱게 정들이라

새벽을 깨우며 아침이 떠오르면

아가 잠 깨듯이 꿈에서 깨었어라

한 낯의 태양도 이 몸을 못 태우리니

들 위에 길게 핀 한 송이 꽃이어라

돌아가는 발길도 행복이 고이고

시달리는 바람에도 그 몸은 섰으리니

산 위에 올랐어도 하늘과 같고

땅 위에 돋아나는 풀잎이어라

10. 겨울

낙엽이 지고 겨울이 와도 그대는 오지않네

그림자 따라 가버리던 그 날이 생각나

언제나 돌아올까 기다려봐도

나뭇잎이 떨어져서 밟히어져도

영원한 기다림은 끊이지 않네

싸늘한 바람에 매 맞은 이 가슴

달빛 속에 이 얼굴엔 외로움이 고였다오

잊어버린 아픔이 슬픔을 가져와도

다물어진 입술은 말을 할 수 없고

영원한 기다림은 끊이지 않네

11. 오가는 길

사람들이 오가는 길 언덕 위에 서 있는 길

어떤 사람 돌아가고 어떤 사람 돌아오네

언젠인지 알 수 없네 이 길을 걸어갈 때를

사람들이 오가는 길 언덕 위에 서 있는 길

많은 사람도 알지 못하네 왜 돌아가는가를

대답할 사람 하나 없고 묻지도 않으려하네

어데인지 알 수 없네 이 길이 끝나는 곳을

사람들이 오가는 길 언덕 위에 서 있는 길

하양나비 - 김인순

방의경 작사/작곡

한적한 강가를 홀로 날으는
저 하양나비는
무얼 따라 이곳까지 날아왔는지
어디 한번 알아볼까나
얘야 네가 가서 친구해주렴 저 하양나비를
네가 싫다하면 내가 가야지
저 외로운 나비한테로

수풀과 돌멩이로 꽉 찬 이 길로
지나는 저 상여소리는
누구의 혼을 싣고 가는건지
어디 한번 알아볼까나
얘야 네가 가서 친구해주렴 저 하양나비를
네가 싫다하면 내가 가야지
저 외로운 나비한테로

맘씨 곱던 예쁜이가 심은 돌꽃에
아침마다 날라오던 저 나비는
예쁜이가 없으니 꽃도 시들어
갈 곳 없어 외롭게 날으나
얘야 네가 가서 친구해주렴 저 하양나비를
네가 싫다하면 내가 가야지
저 외로운 나비한테로
저 외로운 나비한테로

방의경 - 불나무
방의경 - 겨울
방의경 - 나그네처럼
방의경 - 풀잎
방의경 - 파도 바람 구름 철길 친구
방의경 - 들에 있는 나의 집
방의경 - 내리는 비야
방의경 - 그날
방의경 - 할미꽃
방의경 - 하얀나비
방의경 - 오가는 길
방의경 - 폭풍의 언덕에 서면 내손을 잡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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