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화폭의 예술

추사 ‘불기심란(不欺心蘭)’도

淸山에 2011. 8. 10. 06:49

 

 

 

 
 
추사 ‘불기심란(不欺心蘭)’도
 
 
 
지조없는 이들에게는 심난했을 ‘불기심란도(不欺心蘭圖)’
KBS 진품명품 700회 특집 나온 추사 김정희 '불기심란'  
 
세상이 심난하다. 마음도 심난하다. 그런데 내 앞에 한 그림이 떠올랐다. KBS 진품명품 700회 기념방송에
나온 추사 김정희의 '불기심란'(不欺心蘭)도이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나온 듯한 이 문인화가
 내 마음을 흔든다.
 
어릴 적에 나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왜 그렇게 훌륭한 그림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작은 집 옆에 있는 소나무들이 무에 그리 그리기 어려울 것이며,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홍준의 '완당평전'이나 한승원의 소설로 추사 김정희에 대한 내 지식이 늘어갔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추사의 정신들과 서서히 접속한 것이리라. 또 예술을 읽어가는 내 심미안도 커가면서 추사라는 존재는 더 커졌다. 특히 불혹의 나이를 넘어가면서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철학을 지키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더욱 깨달아갔다. 그런 점에서 추사 김정희는 문화를 배우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에게 거대한 사표였다.
 
또 복잡한 세상사에서 나는 추사처럼 마음을 가다듬으며 진정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 추사 김정희 불기심란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 
ⓒ KBS  
 
 
 
그리고 오늘 방송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불기심란'(不欺心蘭)을 감상했다. 추사가 아들에게 써준 이 그림의 화제(畵題)는 이러하다.
 
寫蘭亦當自不欺心始
一(蔽)葉一點瓣
內省不疾可以示人
千目所視 千手所指 其嚴乎
雖此小藝 必自誠意正心中來
始得爲下手宗旨
書示佑兒 竝題
 
“난초를 그릴 때에는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잎 하나 꽃술 하나라도 안으로 마음을 살펴서 한점 부끄러움이 없게 된 뒤에 남에게 보여야 한다. 수많은 사람의 눈이 주시하고 수많은 사람이 손으로 지적하니 이 또한 두렵지 아니한가? 이런 작은 재주라도 반드시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비로소 손을 댈 수 있는 기본을 알게 될 것이다.
아들 상우에게 써서 보이고 화제로 하다.”
 
추사는 글 후에 '아들 상우에게 써서 보인다'가 붙어 있다.
이 작품은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 간 시기를 전후로 나온 작품이다. 추사는 1840년(헌종 6) 윤상도(尹尙度)의 옥사에 연루되어 제주도로 유배되었다가 1848년 풀려나왔다. 김영복 위원은 서체 등으로 세한도가 만들어진 시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불기심란'의 기운은 심상치 않다. 막힘이 없이 유장하게 뻗어있는 난의 자태도 자태지만, 농묵으로 짙게 그린 난의 줄기와 꽃은 드넓게 성장한 추사의 품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마도 세류에 흘러
다니다가 나름대로 초탈한 세계에 근접했기에 그려질 수 있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추사는 권문세족 집안이었지만 때를 만나지 못해서 유배와 복직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는 필체 연구를 거듭해 청나라에서 유행하던 금석학을 바탕으로 추사체라는 독특한 필치를 완성한다. 그의 글씨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알려졌다.
 
추사는 젊은 적부터 기고만장한 인물이었다. 이광사 등 당대 명필 들을 비웃지만 결국 그 자만이 많은 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결국 그는 유배자의 신분이 된다. 하지만 그는 그 길에서 인생의 진정한 지인들을 만난다. 다산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연이나 초의선사, 소치 허유 같은 이들과 교유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그는 견고한
자신을 만들고, 추사체도 완성하는 것이다.
 
추사를 정치적 혼돈으로 물어넣었던 것은 순종에 이어, 헌종, 철종으로 이어지는 심난한 시기였다. 세계적인 경제 혼란 속에 정치적 격난이 지나는 이때는 그때보다는 덜하겠지만 그래도 혼돈 속에서 자신을 찾기
힘든 때임에 틀림없다.
 
이럴 때 만난 추사의 '심기불란'은 다시 나에게 묻는다.
"너는 세상 일에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지는 않느냐"
"네가 내놓은 것들에 대해 한 점 부끄럼도 없는가"
"너는 매사에 정성스럽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가"라고.
 
아마도 이는 누구보다도 이 시대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가장 소중한 화두가 될 것이다. 사실 프로그램에서 감정단은 아쉬운 마음으로 '10억원'의 감정가를 내놓았다. 당대 유명화가의 작품이 50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한국 최고의 명필가의 혼이 담긴 예술품치고는 너무 박하다가 할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세상의 절개를 초개처럼 생각하는 낙하산들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불기심란'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들은 차라리 이 '불기심란'을 보는 것 만으로 심난하지는 않았을까 싶다. 
출처 : 지조없는 이들에게는 심난했을 '불기심란' - 오마이뉴스 
 
 

추사 김정희 '불기심란'도 감정가 10억
[뉴시스] 2009년 03월 02일(월) 오후 06:22
 
 
【서울=뉴시스】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작품 ‘불기심난(不欺心蘭)’도의 감정가가 10억원을
기록했다.
 
KBS1 ‘TV쇼 진품명품’이 15일 방송 700회를 앞두고 27일 녹화에서 김정희의 그림 ‘불기심난’을 공개
 감정했다.
 
제작진은 2일 “불기심난은 세한도 이외에 극히 보기 드문 추사의 그림으로 추사의 인격이 묻어나는 수작이다. 추사 특유의 화론(畵論)이 녹아든 걸작으로 기개 있고 지조 높은 선비정신을 담아낸 작품이다. 추사가 아들
 상우에게 준다는 화제가 담겨있어 교육적인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추사 그림의 희소성, 작품의 예술성과
교훈성 등을 고려해 감정가가 10억원으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TV쇼 진품명품’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감정가다. 1995년 3월5일 첫 방송 이래 최고 감정가를 올린 작품은
 ‘청자상감모란문장구’(12억원)이다. 그동안 ‘석당(石塘) 권협 공신상’ 2점(9억원), ‘한석봉 서첩’(7억원),
‘헌종가례진하계병’(5억5000만원) 등도 초고가로 감정됐다.
 
 
강경지기자 br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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