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 日本人이 번역해 韓國人이 사용하는 漢字語 freedom, liberty를 '自由'로 번역한 中村正直(나카무라 마사나오) 金泌材
중촌정직(中村正直, 나카무라 마사나오)
현재 한국인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상당수의 주요 한자(漢字) 단어는 일본인들이 번역한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사회(社會)'란 단어는 일본인이 외국어를 漢字로 번역(飜譯)하는 과정에서
만든 번역어(飜譯語)다. 신문기자 복지원일랑(福地源一郞, 후쿠치 겐이치로)가 1875년 매일(每日, 마이니치)신문에 사용하면서 서양 개념인 'society'에 해당하는 동양 한자권의 언어로 정착됐다. '철학(哲學)'도 마찬가지다. 계몽가 서주(西周, 니시 아마네)가 메이지시대(1868~1912년)
'백일신론(百一新論)'에서 서양 개념인 'philosophy'를 '철학'으로 번역한 것이다. 西周는 해외 유학파였다.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면서 유럽 지식인들의 결사(結社)인 '프리메이슨'에도
가입했다. 그는 “일본어를 로마자(字)로 표기하자"고 주장했다. 그래서 초대 문부장관인 삼유례(森有禮, 모리 아리노리)와 함께 급진적 영어 사용론자로 꼽힌다. 미국 유학파인 森有禮는 "일본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어를 영어로 해야 한다"며 1885년 초등학교 영어 의무교육을 관철했다. 이처럼 일본의 선각자(先覺者)들이 일생을 걸고 주력한 것은 서양의 근대적 개념을 국어로 대체하는 일이었다. 西周와 森有禮는 福澤諭吉(후쿠자와 유키치) 등 당대의 석학들과 함께 1873년 명육사(明六社, 메이로큐샤)란 학술 결사를 결성,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근대 의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언어들을 만들어냈다. 현대적 의미의 ‘자유’(自由)라는 단어도 명치유신(明治維新) 이후 일본인들이 서양서적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든 번역어(飜譯語)다. 영어의 liberty, freedom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전부터 사용되고 있던 ‘自由’를
근대적 의미로 전용한 것이다. 명치 시대 이전 일본에서는 ‘제멋대로’라는 의미로 사용된 ‘自由’가 많은데, 이로 인해 일본 사람들은
‘自由’라는 단어에 대해 처음에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1850년대 일본에서는 영어의 freedom, liberty, 네덜란드어의 vrij, 프랑스어의 libeal이 自由, 자유로운, ‘걸리는 것 없는 것’ 등으로 번역되면서 이전의 自由와 근대적 번역어로서의 自由가 혼재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막부(幕府) 말기까지 계속됐으나 메이지 시대가 진행되면서 서구의 번역어로서 사용되던 自由가 적절치 않은 번역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메이지 초기의 번역가들은 이 관념을 어떤 말로 번역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매우 고심하게 된다. 이러한 번역가의 고민은 1870년대까지 이어져 freedom, liberty의 번역어로 自由 외에 자주(自主), 자재(自在), 불기(不羈) 등 여러 형태의 번역어가 나타나게 됐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1872년 중촌정직(中村正直, 나카무라 마사나오)의 ‘자유지리’(自由之理)가 출판되면서 liberty와 freedom의 번역어로 自由라는 단어가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 ‘自由’가 번역어로서 사용되게 되었을까? 한국의 경우 ‘고려사’(1263년) 등의 고전서적에서 ‘自由’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나, 일본처럼 근대적 의미의 自由를 사용한 것은
1880년대 후반이다. 이는 박영효의 상소문(1888년)과 유길준의 ‘서유견문’(西遊見聞, 1895년)에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번역어 자유의 사용이 곧바로 한국어에 정착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번역과 일본의 근대’ 저자인 최경옥씨는 自由라는 번역어가 일본에서 1870년대 위치를 확고히 한 데 비해, 한국에서는 1880년대 후반에 소개는 되었으나 사용되지 않다가, 1910년대에 이르러서야 일반인에게까지 통용되는 수준의 단어로 확실히 정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左派가 어떻게 반응하든, 한국과 일본을 근대화시킨 주역들은 외국어광(狂)이었으며, 외국어의 漢字 번역을 통해 국가발전을 앞당겼다.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기자 spoone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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