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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경기는 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까 [김화성 전문기자의 아하, 육상!]<2>

淸山에 2011. 7. 20. 11:14

 

 

 
 

“지구자전 방향과 같아 익숙"

 

 


시계방향 달리기보다 빨라
《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파나디나코스 경기장) 육상 트랙경기에서 선수들은 시계 방향으로 달렸다. 1906년 아테네에서 중간올림픽이 열렸을 때도 시계 방향으로 달렸다. 초창기 한국육상도 마찬가지였다. 》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 참가하는 월드 스타 우사인 볼트. 동아일보DB

 
 
1913년 국제육상연맹 총회는 ‘모든 육상트랙경기의 달리는 방향은 왼쪽(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육상은 한동안 여전히 오른쪽 방향으로 트랙경기를 치렀다.

외국인학교 교사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전통적으로 오른쪽을 숭상하고 왼쪽을 천대했던 양반들 때문이었다. 당시 외국인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뼈대 높은 양반들 자제였던 것이다. 외국인 교사들은 현지 관습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현대 모든 육상 트랙경기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경마장의 경주마도 왼쪽으로 돈다. 군대 열병식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다. 오른쪽으로 돌면 뭔가 이상하다. 실제 육상 기록도 오른쪽으로 돈 기록보다 왼쪽으로 달린 경기가 더 좋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때 오른쪽으로 트랙경기를 치렀던 선수들은 대회조직위원회에 거세게 항의했다. ‘달리기에 어색하고 불편할뿐더러 기록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선수들은 “1170년 동안이나 열렸던 고대올림픽(기원전 776년∼기원후 394년)에서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며 규정 변경을 요구했다. 결국 국제육상연맹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왜 인간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걸 선호할까. 학자들은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한다. 우선 지구자전에 따른 인간본능설이다. 전문가들은 “야생마나 경마장의 경주마 혹은 경주견조차 본능적으로 늘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며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지구는 하루에 한 번씩 돈다. 자전축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자전한다. 물론 인간은 지구가 도는 것을 직접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그것을 몸으로 안다는 것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지구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게 돼 있다는 것이다.

본능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좋은 예로 군인들이 사열할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행진하는 것을 든다. 구령도 “우로 봐!”는 있어도 “좌로 봐!”는 없다는 것이다. 관중의 시각에서도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것’처럼 ‘선수들의 움직임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만히 보면 빙상 사이클 야구베이스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생리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인간의 심장이 왼쪽에 있기 때문에 달릴 때 심장이 트랙 안쪽에 있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오른쪽으로 돌면 심장이 트랙 바깥쪽에 있게 돼 불안하고 몸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른쪽 방향으로 달렸을 때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이유라는 것이다. 몸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기록이 나빠지는 건 당연하다.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도 설득력이 있다. 오른손잡이는 오른발, 왼손잡이는 왼발이 발달한다. 트랙 곡선주로를 달릴 땐 곡선 안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한다. 그때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안쪽 팔다리는 작게, 바깥쪽 팔다리는 크게 움직여야 한다. 그만큼 바깥쪽 팔다리(오른손잡이)가 발달해야 한다.

오른손잡이로선 버팀이 되는 왼쪽으로 도는 게 자연히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야 커브 바깥쪽에 있는 오른팔을 활발하게 흔들 수 있어 기록이 더 좋아진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