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사회/알면좋을 庫

쾌락의 이면에 숨은 비밀

淸山에 2011. 5. 30. 17:18

 

 

 
 

쾌락의 이면에 숨은 비밀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출간*

 

 
워싱턴의 한 지하철역에서 청바지, 티셔츠 차림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한 젊은이가 바이올린으로 클래식 음악 여섯 곡을 연주했다.

그 청년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고,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350만 달러짜리였다.

그러나 수천 명의 인파가 그의 앞을 지나갔지만 그의 바이올린 케이스에 모인 돈은 고작 32달러였다.

워싱턴 포스트가 ’대중의 취향을 솔직히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 이 실험은 우리가 훌륭한 음악가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비싼 돈을 내는 이유가 단지 ’음악이 좋아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폴 블룸 예일대 심리학 교수가 쓴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살림 펴냄. 원제 ’How pleasure works’)는 이렇게 사람들이 무언가에서 ’쾌락’을 느끼게 되는 진짜 원인을 파헤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쾌락이 단순히 ’감각적’인 것을 넘어, 심오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입이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눈이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예술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선호도를 묻는 테스트에서는 브랜드를 공개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가 달랐다.

또 똑같은 와인에 한쪽에는 최고급 등급을, 다른 한쪽에는 일반 등급을 붙이고 테스트하자 대부분의 와인 전문가들이 최고 등급이 붙은 와인을 좋은 와인이라고 평가했다.

비단 음식만이 아니다.
 
 

 

 

 

 *유명인의 하찮은 소장품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 천문학적 가격에 거래되던 유명화가의 회화 작품이 위작임이 밝혀지는 순간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모두 사람들이 무언가에 빠지게 되는 데에는 뭔가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그럴싸한 ’꼬리표’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속물성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본질주의’ 이론을 들어 쾌락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쾌락은) 감각기관으로 지각하는 세계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대상에서 얻는 즐거움은 우리가 그 대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있다. (중략) 쾌락을 심오하다고 보는 관점은 인지심리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론들 가운데 한 가지 이론과 연결된다. 이 이론에서는 인간은 물론 세상 모든 사물에는 보이지 않는 본질이 있고 본질이 사물의 참모습이라고 가정한다.”(12쪽)

가령 예술작품의 경우, 작품 자체만을 독립시켜 가치를 매기고 그를 통해 쾌락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작품 이면에 담긴, 예술가의 창작행위를 통해 가치를 판단한다.

유명화가의 작품이 비싸게 팔리는 것은 실력이 검증된 화가의 노고가 담겼다는 판단 때문인 것이다.

“예술작품과 같은 특정한 표현행위는 창작자에 관한 긍정적이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인간은 그러한 표현행위로부터 쾌락을 얻도록 진화해왔다 (중략) 이를테면 작품에는 보이지 않는 본질이 깃들어 있어서 고유한 특징으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두툼한 고깃덩이의 본질은 물질이고, 인간이 그린 그림의 본질은 작품 이면에 깃든 창작행위다.”(197쪽)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본질주의’의 관점에서 음식과 섹스, 물건, 예술, 상상, 이야기 등이 인간에게 쾌락을 가져다주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가 무언가에 빠져드는 행위 뒤에 보이지 않는 질서가 놓여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