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치 : 전남 보성군 득량면 일대
- ▲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보리밭 <사진제공 : 보성군청>
경전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철도인데, 일제시대에 건설되어 오래된 철도라 그 길이 구불거리고 느릿느릿하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경전선 완행열차를 찾게 된다. 완행열차만의 낭만을 느끼려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하여 녹차와 보리의 초록 봄을 선사해줄 보성으로 여정에 오른다.
순천행 열차를 떨리는 가슴으로 기다리고 있자니 봄 햇살을 가득 실은 네 칸짜리 열차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시속 300km 속도의 KTX열차와 비교하면 느리고 초라해 보이지만 남도의 들판을 어루만지며 달려 온 네 칸짜리 꼬마기차는 거침없고 당당하다.
열차가 남쪽을 향해 달리다 보성역, 득량역을 지나 조성역으로 향할 때 미끄러지듯 몸을 틀어 동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왼편으로는 작은 마을들이 이어지고 오른편으로는 초록 보리밭이 가득 매운 득량만 간척지의 모습이 펼쳐진다. 간척지에는 동쪽의 고흥반도와 보성을 연결하는 길이 약 5km의 방조제가 시원스레 이어지고 그 안쪽으로 오랜 세월 고마운 식량이 되어 준 곡식이 심겨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군수식량을 모아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하여 ‘득량’이라는 이름을 얻은 마을이다.
- ▲ (좌)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보리밭 <사진촬영 : 여행작가 박성원> (우) 보리밭을 달리는 기차 <사진촬영 : 여행작가 박성원>
드넓은 보리밭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득량만 방조제 위를 걷는 것이다. 방조제 길을 따라 왼쪽에 수로가 이어지고 갈대가 우거져 운치가 있다. 또, 갈대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형성되어 있어 기차 여행자나 해안도로로 드라이브해 오는 방문객에게 또 다른 쉼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 ▲ (좌) 득량만 간척지 전경 <사진제공 : 보성군청> (우) 득량만 방조제 <사진촬영 : 여행작가 박성원>
득량만의 또 다른 명소는 강골마을이다. 영화 서편제와 태백산맥, TV 예능프로그램 등 단골 촬영지가 된 강골마을은 전통의 멋과 소박한 정서가 살아 있는 곳이다. 19세기부터 하나 둘 지어지기 시작한 약 30여 채의 한옥에는 툇마루와 댓돌에서 마당의 우물, 군불 때는 아궁이까지 우리 고유의 생활 풍경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 (위) 강골마을 한옥모습 <사진제공 : 강골마을> (좌) <사진제공 : 강골마을> (우) 강골마을 돌길 <사진제공 : 강골마을>
마을 내 이금재 가옥, 이용욱 가옥, 이식래 가옥, 열화정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특히, 마을 뒤편 대숲에 둘러싸인 열화정은 19세기 중엽에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은 정자로 100년 넘는 세월의 흔적이 깃든 강골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싸리담장을 끼고 돌길을 따라 굽이진 고샅길을 오르면 수많은 선비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던 멋스런 누마루와 소박한 연못,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어우러진 열화정을 만날 수 있다.
강골마을의 좁게 난 돌길, 시원스런 대숲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여유롭게 전통마을에 찾아온 봄 햇살을 즐겨보자. 저녁에는 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며 마을 주민들과 정을 나누며 하룻밤을 묵을 수도 있고, 엿만들기나 다도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미리 정보를 알아 가면 더 많은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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