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사회/좋은글 窓가

10월의 아침 - 박소향

淸山에 2011. 2. 21. 08:45

 

 

    10월의 아침 - 박소향
    바람은 차고 거리는 조용하다
    하늘만한 그리움을 꿈속에 풀어놓고
    지치도록 걸어 들어 간 새벽의 갈 숲
    환하게 뚫린 담장의 내벽이
    다 닳아버린 햇살을 안고
    저리도 고옵게 물들어 간다
    가마귀 날아간 산그늘 아래
    단내나는 가을이
    달아오른 가슴을 잠재우기 전
    저리 혼자
    알몸으로 팔랑이는 유혹의 빛을 
    가만히 숨죽이고 바라보라
    그리고 눈물로 한 쪽 한 쪽 찍어 붙인
    사랑의 빛을 
    가슴으로 천천히 옮겨 두라
    이제 남은 가지 위에 햇살을 묻고
    떠나지 못한 추억은 그리움이 될 것이므로
    당신의 가슴에 나의 가슴에 
    이리 영롱한 자죽으로 찾아 드는 10월의 아침
    단 한번 이 만남을 위해 
    이리도 고이 바라보는 한 생이 되었는 걸
    마냥 늦춰진 작별이 아쉬워 
    가을은 또 바람 위에
    햇살 같은 금실을 풀어내고 있다.
    
     [박소향의 첫 시집]
     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때 만큼은 중에서...

 


Mikis Theodorakis / The Oracle // Maria Farando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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