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0년전
흙길따라 길게 뻗은 돌담, 봇짐을 머리에 이고 장을 오가는 아낙네들,
뱃속은 허허로웠지만 해지는 줄 모르고 함께 싸다녔던 코흘리개 친구들, 길가에 앉아
맷방석을 짜고 있는 노인의 굽은 등, 댓돌 위에 고무신, 수런수런 이야기 꽃을
피워낸 동네 우물가…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멀리서 아파트가 쳐들어 오고 있었다. 새벽별이 지면 동이 트던
동산도 아파트에 가려졌다. 나는 그날 망부석의 소리 없는 죽음을 보고 잠실 주변이 도시화해가는 모습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골목 풍경 사진작가 김기찬(66)씨가 서울 석촌동, 방이동, 오금동 잠실 주변과 수도권 일대의 ‘잃어버린 풍경’(눈빛출판사) 30년을 사진으로 담았다. 개발의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할 무렵인 20~30년 전 서울 강남 주변의 풍경은 정겹고 아름답다. 풍성해서가 아니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것은 그 시절의 가난이 아니라 가난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미덕”
(소설가 공선옥)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하나둘씩 세워지면서 황폐해져 가는 강남의 마을들을 사진으로 돌이켜 보는 마음은 무겁다. 송두리째 잃어버린 그 풍경을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다시는 복원될 수 없는 꿈, 그러나 살아있는 한 열망할 수밖에 없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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