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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기적을 울리는 이유

淸山에 2010. 12. 11. 17:03
 
 

 

 

 

       

 

기차가 기적을 울리는 이유

 

 


처음에는 행복했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반겨주고,

가끔씩 흔들거리는 벼이삭과 눈인사도 나누며..

참새들과 허공을 가르며 달리기시합도 했던

그 때까지만 해도 기차는 참으로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차의 얼굴에

여드름이 몽글몽글 날 즈음,

기차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했던 것이다.

나는 왜 내 길을 벗어날 수 없을까.. ?


새색시 가슴처럼 도톰하게 핀

벚꽃나무를 보면 잠시라도 가던 길을 버리고

꽃망울에 입맞추고 싶고,


창가에 달빛 드리운 그런 밤이 오면

철로에서 한 걸음 뛰쳐나와

당장이라도 그대에게 달려가련만..


기차는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잠시 스쳐간 이름도 모를 간이역을

기차는 사랑하게 된 것이다.


느끼고 싶어도 만질 수 없고

고백하고 싶어도 이름도 모르는 간이역을,

그래서 울었던 것이다.


내 마음 알아달라고

시작과 끝을 수 십 번 오가는 이유도

잠시라도 그대를 볼 수 있기에,


내가 늙어 고철이 되어

한 곳에 자리잡고 누워야 한다면

민들레 마당을 갖고 있는 바로 그 간이역임을

알아달라고, 기억해 달라고


기차는 그렇게

기적소리를 내며 목놓아 울었던 것이다...........

 


 -김현태시집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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