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사건은 많은 국민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어딜 가나 분노를 터뜨리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뿐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정말 보잘것없는 양아치에게 당했는데, 문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끈하게 보복이라도 했으면 좀 나았을 것을 그것도 못했다.
이 블로그에서 보면 심지어 그 분노의 화풀이를 탈북자들을 내쫒자는 주장으로 푸는 사람들도 있다.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분노하게 됐는가. 김정일이 나쁜 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나쁜 놈이란 것이 어제 오늘 알게 된 사실도 아니다. 김정일을 욕해서 화가 풀리면 실컷 욕해도 되지만 그게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모든 국민이 북한을 씹어 먹어도 성치 않을 원수로 노려보고 있지만, 어떤 정권이 어떤 정책을 폈는가에 따라 지금쯤, 물론 허울에 불과하긴 하지만, 겉으로나마 개성공단에서 남북이 얼싸안고 통일노래를 부르면서 가슴 뭉클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정책의 첫 단추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면 나중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빠져 드는 것이다.
현 정권은 애당초 북한과 거래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고 생각한다. 보수정부에선 어떤 대북 정책을 펴든지 지지율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전 정부의 햇볕정책을 공격하면서 북한을 무시해버리고 있으면 지지기반인 보수층을 기반으로 지지율은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타산한 것 같다.
내가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한 ‘비핵개방 3000’ 같은 대북정책을 간판처럼 명색상 하나 걸어놓고 모든 것을 북한 탓으로 미루면서 대충 시간 때우면 5년은 그냥 흘러갈 것이라고 타산했을 것이다.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 절대 그러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이 정부 초기에 통일부 없애니 마니 하다가 결국 존속된 것 생각나실 것이다. 통일부 없애겠다고 한 바로 그 사람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아실 분들도 아실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마추어라고 비판했던 것은 북한과는 등 돌리고 살고 싶다고 그렇게 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이들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이 강도로 본색을 드러내 으르렁거리면 한국이 꺼내들 수 있는 보복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북한이 차마 그렇게까지 하겠는가 하는 식의 안이한, 북한의 선의에 기대는 듯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어렴풋이 깨닫고 있긴 하겠지만...
인지도가 있는 어떤 보수 인사는 연평도 포격이 있은 뒤에 북한하고는 상대하지 말고 살자는 호소문 비슷한 글을 올렸다. 이 인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북한을 상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지금까지 대북정책을 이끌었다.
나는 햇볕정책 지지자라는 공격을 많이 받는다. 이 나라에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 햇볕정책 지지자가 되기 싶다. 핸드폰만 해도 이제는 3G를 쓰는 데 인식은 아직 2G에 머물고 있다.
햇볕정책의 문제점은 이전에도 언급했으니 더 말하지 않겠다. 햇볕으로 핵도 폐기시키고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건 한국이 할 수 있는 능력 밖의 일이다. 마치 한국이 북핵을 폐기시킬 수 있고 개방도 시켜서 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정책이나 똑같은 오판을 하고 있다.
나는 더 욕심 부리지 말고 다만 남북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관리나 하는 정도만 생각하는 정책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물론 우리가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해줘야 하고 때론 자존심도 상할 때도 있겠지만 그것이 대한민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가장 값싸게 먹히는 방법이라고 본다. 경우에 따라선 명분을 어떻게 세우냐에 따라 자존심 상하지 않게 북한에 들어가 개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이것도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냐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면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건 분명 답이 있다. 분단 긴장관리는 김정일이 죽을 때까지만 유지하면 된다. 그래봤자 이제 몇 년 만 참으면 된다. 5년 임기짜리 대통령이 죽어가는 놈하고 그리 악착같이 싸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결코 오래 못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깡패 같은 악당에게 지원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에 대한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원칙이란 것은 기준점이 없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의 원칙이 다르고 민주당 박지원 대표의 원칙이 다르단 의미이다. 원칙 운운하는 것은 올바른 문제제기는 아니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이 아니라 국익이다. 모든 것을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판단해야 한다. 장단기적으로 봤을 때 국익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일에 한해서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국익을 해치는 원칙을 고집하는 것은 아집에 불과하다.
중국을 보라. 그들이 원칙을 몰라서 북한을 저리 감싸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을 감싸주는 것이 얻는 실익과 손실을 잘 따져보고 국익이라고 판단되는 사안 앞에선 저렇게 뻔뻔해지는 것이다. 국익을 따지는 것은 모든 나라들이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 쭉 이야기한 것은 원론적인 이야기다. 지금 이 상황까지 와서 갑자기 분단관리를 해나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늘 말했던 것이 배를 몰고 산에 왔으면 등산이라도 제대로 하라고 것이었지만 연평도 사건에서 보듯이 이것도 제대로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정부의 고민이 그것이다. 더는 빼들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대북심리전 방송도 안하겠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김태영 장관 해임시키고 국회에서 대북규탄결의안 100번 통과시킨다고 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제 와서 연평도를 요새화한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한 뒷북치기일 것이다.
정부는 지금 궁지에 몰렸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대북 공격 대응 매뉴얼 좀 보강하는 것 정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다시 공격하면 이것이 대책이 되는 것도, 승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북한에 몇 배로 보복한다고 해서 북한이 꿈쩍이나 할까. 한개 사단이 전멸해도 상관없는 북한이다. 우리가 포사격에 비행기로 폭격하면 북한은 폭격은 물론 미사일로 되받을 것이고, 이런 식으로 확전이 계속되면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는 것은 한국이다.
북한은 많이 죽을수록 천 백배 복수를 다짐하면서 내부 단결에 이용할 것이지만, 우린 희생자가 많이 나면 정부는 물론 경제도 견디지 못한다.
북한은 바로 한국의 취약점을 잘 알고 계속 쑤셔대고 있다. 이번엔 포격이라면 다음번엔 암살단이 활약할 수도 있고, 전염병을 퍼뜨릴 수도 있다. 맞으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은 잘못된 정책의 탓일 수 있지만 언제까지 정부 탓만 하면서 계속 맞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다.
북한과 이기고 싶은가? 그건 쉽게 이길 수 있다. 다만 그러려면 북한보다 더 호전적이 돼야 하지만 자신 있는가. 한국이 할 수는 있는 일인가.
사실 북한과 전쟁해서 이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우리의 피해도 상상보다 훨씬 작을 것이다. 군은 3개월 정도 전투를 예상하는가 보지만, 나는 북한군의 허점을 파고들면 빠르면 하루, 길어야 일주일이면 전투도 거의 안하고 전쟁은 끝난다고 장담한다. 다만 자세한 방법을 블로그에 공개하는 것은 여기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렇게 이겨봐야 한국에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최악의 통일시나리오, 즉 3조 달러 이상을 퍼부어도 북한을 회복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곧바로 마주칠 수 있는 것이다. 또 중국도 눈뜨고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당하고 살 수는 없다.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단호한 모습 정도는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추가 타격이 우려되는 경우 이웃 미사일 기지도 타격하라는 정도의 단호함 말고 말이다.
사실 이번 일도 대통령이 경제인 출신이 아닌 군 장성출신이라면, 청와대 벙커 안에 군부출신들이 가득했다면 북한이 저리 기고만장해 민가에 감히 포사격까지 해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번 대선에선 군 장성출신을 뽑은 것도 북한을 의식했을 땐 나쁘진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내가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강경대응을 결심했을 때 맨 먼저 할 일이 사문화된 ‘비핵개방 3000’부터 휴지통에 처넣겠다. 어차피 남은 2년 동안 비핵이니 개방이니 말해봤자 다 헛소리인거 사람들이 다 알고 북한도 다 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왔어도 안 버리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비핵개방3000 정책은 목적과는 달리 북한을 조금도 비핵화시키지도, 털끝만치도 개방시키지도 못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북한은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까지 당당하게 공개했고 개방은커녕 지금 사상 최악의 국경봉쇄를 하고 있다. 다음 정권에 가서 햇볕정책보다 더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될 이런 정책은 빨리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이건 사실 만들 때부터 실패가 뻔한 정책이었다.
죽은 송장을 2년 안고 가지 말고 업적을 인정받으려면 당장 국민들에게 대북정책에 방향전환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아직도 끈 떨어진 비핵개방을 외쳐봤자 북한에게 업신여김만 당할 뿐이다. 그렇다고 대북정책이 없을 순 없다.
내가 늘 말했듯이 북핵은 한국이 폐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플루토늄을 쫓아가면 우라늄이 나오고 우라늄 쫓아가면 또 수소폭탄이 나온다. 이런 게임 언제까지 하겠는가. 김정일 정권을 제거하기 전엔, 미국이 통 큰 양보를 해서 혹시 타협이 이뤄지기 전엔 북핵은 해결할 수 없다.
한국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걷어치울 것은 빨리 걷어치워야 한다. 한국이 참여안하면 6자회담도 당연히 무용지물이 된다. 북한 두둔에 철면피가 되는 중국이 주도하는 판은 속 시원히 걷어 차버려라. 오히려 정치권에서 한국의 핵 개발 필요성을 계속 언급하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군불을 때줄 필요도 있다고 본다.
핵 포기에 초점을 맞춘 ‘비핵개방3000’ 대신에 한국은 통일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정책을 천명할 것이다. 김정일이 깽판을 쳐도 어쩌지 못하고 속수무책이 된 공영 공생 정책에서 한반도의 통일 추진 정책으로 판을 완전히 다시 짜라는 뜻이다. 이러면 한국이 자기의 장점인 경제력을 활용해 군비경쟁이든, 정보전이든, 심리전이든 아무튼 노골적으로 김정일을 괴롭힐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매우 커진다.
북에는 핵 문제의 영원한 해결을 위해, 위협받고 있는 한국 안보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 우리는 통일을 최우선적 과제로 내걸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천명할 것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민족의 이익이며, 이를 위해 희생도 각오할 준비가 돼 있으며, 어떤 형태의 통일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으며 어떤 기회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봤자 당장은 유효기간이 2년짜리겠지만 2년이 7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도발하는 경우엔 전쟁 상황으로 간주하고 적의 수뇌를 직접 겨냥해 제거할 수 있다는 것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암살이든, 폭격이든 한국의 대응 역시 무자비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김정일에겐 그것이 유일한 위협이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군이 왜 며칠을 못 견디는지 북한에 미리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얼마나 허약한 군대를 갖고 허장성세하는지 인식시킬 필요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전쟁 상황이 나면 전력의 50% 이상이 포진된 황해도나 강원도 일부 지역만 접수하고 우리 군은 딱 평양 코앞까지만 진주해서 항복을 받아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그 정도만 돼도 북한 김정일 체제는 알아서 끝난다. 중국과의 국경도 위협하지 않고, 우리도 경제가 파탄 난 북한을 떠안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검토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한국이 과연 이렇게까지 나갈 수 있을까. 이런 배짱이 있을까.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앞에는 3가지 길이 있다.
한 가지 길은 이미 위에서 언급했다. 대북정책을 바꾸고 공세적으로 나가는 것이다. 희생을 각오하고 손해를 좀 입더라도 자존심을 지키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북한이 보건대 호전적인 한미 연합군이 평양 때릴 구실을 찾지 못해 계속 도발 거는 것처럼 인식되게 하면 남한은 더욱 안전하다.
또 하나의 길은 그냥 지금처럼 가끔 공격받으면서 2년을 보내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공격이 그렇게 자주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때마다 전 국민이 몹시 화가 나겠지만, 해마다 북에 몇 천억씩 갖다 주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견디면 된다.
세 번째는 타협해서 예전처럼 일정한 지원을 하면서 살살 어루만지면서 사는 길이다. 그러나 이 길을 선택하는 순간 이 정부의 생명은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는 거의 채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은 어느 길을 택하겠는가. 오늘 이런 소리도 들었다. “어제는 화가 잔뜩 났지만 오늘 생각해보니 확전 막으라는 대통령 지시가 맞다고 본다. 더 크게 번졌다간 어떻게 될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 %나 될지 모른다. 확전 막으라는 지시가 잘됐다고 생각하진 않더라도 상황이 이 정도에서 끝나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아마 2011년 새해 첫날엔 연평도는 이미 기억에서 지워져 있지는 않을까.
(아래↓ 손가락을 누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게 됩니다)
| |
괜히 대화 한답시고 만나고 말들어 주고 하다 돈 뜯기고 몸도 상하고 하는 것이다.
무시하고 살면 되고, 덤벼들고 해코지 하려들면 작살 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