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미국의 국회의원들에게 40년 동안이나 태권도를 가르친 이준구(76)씨. 그는 맨주먹 하나로 미국의 주류사회에서 성공한 인물이다. 그가 196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던 무술대회에 초대받아 중국
쿵후의 고수인 이소룡과 시범대련을 한 적이 있다. 태권도 고수와 쿵후 고수의 만남이었다.
이때만 해도 이소룡이 아직 영화배우로 뜨기 전이었다.
같은 아시아 사람인 데다가 무술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서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마음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통했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가 이준구가 이소룡에게 “너의 무술철학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니까, 그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문구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즉 자신의 쿵후는 물(水)에 철학적 기반을 두고
있다는 말이었다.
물이란 무엇인가? 먼저 물은 하늘에서 떨어진다. 하늘에서 떨어지니까 고귀한 존재이다. 그리고 지상에 떨어지면 낮은 데를 향하여 흘러간다. 끊임없이 자기를 낮춘다. 낮은 곳을 향하여 흘러간다는 점에서
물은 매우 겸손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낮은 데로 향하소서”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물이 흘러가면서 그냥 흘러가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만물에 자양분을 제공한다. 물이 있어야 생명체가 자랄 수 있는 법이다. 물은 이처럼 낮은 데로 흘러가면서 공덕을 쌓는다. 마침내 대양(大洋)에서 모두 만난다.‘에고(ego)’의 벽을 허물고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다시 올라간다. 지상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셈이다.
물이 지닌 이러한 성격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상선약수’가 된다. ‘도덕경’은 바로 물의 이런 이치를 말하고 있고, 이소룡은 자신의 인생을 물과 같이 살고 싶었던 것이다.나는 이준구씨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물의 선함만을 생각했다가, 이번에 중부권을 강타한 물난리를 보면서 ‘상악약수(上惡若水)’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되었다.
‘상선약수’가 있으면 ‘상악약수’도 있기 마련이다. 오행(五行)의 법칙을 보면 ‘토극수’(土克水·토가 수를 이긴다)가 있다.‘상악(上惡)’을‘상선(上善)’으로 돌리려면, 토(土)의 보강이 필요하다.
토는 바로 제방(堤防)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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