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누이'를 애타게 호명하고 있지만, 이 시는 남동생의 죽음에 바치는 비가(悲歌)였다.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비어 있는 맞은편을 망연히 바라보았을 그 시방(十方)의 비통함은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시인은 무엇보다 죽은 동생의 환생에 대한 강한 희원을 드러낸다.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등의 역동적인 문장은 적극적인 환생을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산문(山門)은 속계(俗界)와 승계(僧界)의 경계이고, 이승과 명부(冥府)가 갈라지는 경계인 바, 산문에 기대어 생사의 유전(流轉)을 목도하는 것은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생사의 감옥에 갇혀 살아도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의 마음속에서 영생을 살아 이처럼 마음을 절절하게 울리는 노래를 낳았다. 송수권 시인은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어오면서 황토와 대(竹)와 뻘의 정신에 천착해 왔다. 그는 '곡즉전(曲卽全·구부러짐으로써 온전할 수 있다)'을 으뜸으로 받든다. "곡선 속에 슬픔이 있고, 추억이 있고, 들숨이 있지요. 시간이 있고, 희망이 있고, 공간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시는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 같아서 사람의 마음을 '애지고 막막'하게 하지만 남도 특유의 가락과 토속어의 사용으로 슬픔과 한을 훌쩍 넘어서는 진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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