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사회/관심 세상史

메릴린 먼로가 남긴 ‘음모’

淸山에 2009. 9. 3. 13:54

 

 

메릴린 먼로가 남긴 ‘음모’ [조인스]

 

이코노미스트 제법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 중에도 사랑으로 충만 된 휴먼 섹스보다 가학성(sadism)이나 도착성(倒錯性) 성욕의 특성을 간직한, 병든 성욕을 가진 이들이 의외로 많다. 과일은 칼로 껍질을 벗겨봐야 벌레가 먹었는지 여부가 드러나듯 술에 취해 의식이 명멸하는 상태라든가 남들이 보지 않는 좌석 같은 데서 종족 보존의 본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회의원 지망생이었던 정치인 K씨가 바로 그런 인물인데, 그는 파티에서 늘 풍족한 외설담으로 좌중을 웃겨놓는 인자한 할아버지다.

하지만 술이 거나하게 취해 의식이 약간 어두워지면 그의 취미활동이 노출되고 곧이어 그의 변태성욕이 겉으로 드러나지만 전문가가 아닌 보통사람들은 그의 썩은 부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입담 좋은 변설가로 치부해 버리고 만다. 그런데 술 좌석이 주흥이 올라 서로 벽이 무너질 무렵이면 의외로 성도착의 면모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여성의 은밀한 부위에 난 털을 수집하는 것인데, 필자가 봤을 때는 벌써 800여 케이스가 수집되었다고 했다. 품에 품고 다니는 검은색 수첩에 음모(pubic hair)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놓고 그 아래에 주인공의 신상 메모와 채집된 일자, 동침했던 호텔 등 관련 사항들을 세세하게 적어 놓았다. 이런 자랑을 듣는 사람은 겉으로 감탄하지만 진실을 말하면 저질이라는 느낌을 떨쳐 버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K씨 외에도 동일한 취미를 가진 신사(?)들을 몇 명 보았는데, 그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외로울 때 그 수첩을 꺼내 들고 기록들을 살펴보노라면 왕년의 활기 넘치던 플레이보이 시절의 행보가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고양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왜 플레이보이의 건전한 취미생활이 아니고 성도착의 카테고리에 포함되는지 의문을 갖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 답은 꼬부랑 털을 보지 않으면 성 충동이 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K씨에게 여성의 퓨빅 헤어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자극제인 것이 분명하다. 다른 것은 보통사람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 흥분이 일어나는데 이 사람은 이런 특이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발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상의 차이다.

그런데 여체에서 아주 특별한 부위에 자생하는 털의 경우 그것이 가져다 주는 특별한 메시지 때문에 그것에 집착하고 또한 그것을 찾는 남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20세기 최고의 육체파 여배우, 메릴린 먼로가 도쿄 아사쿠사의 한 유명 호텔에서 1박하면서 빠뜨린 꼬부랑 털 몇 개 때문에 전 일본이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그것을 고가매입 하겠다는 수집가들의 제의가 있었지만, 호텔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경영주의 거절로 무산되었던 것을 필자는 잘 안다. 단지 돈 많은 남자들의 호강에 겨운 취미라고 탓할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은 분명한 정신병으로 주물숭배(fetishism)라는 병이다.

우리가 늘 경험하는 사실이지만, 성적 충동은 본능적인 것으로 이성의 힘으로 제어가 불가능할 때가 많다. 그래서 페티시즘이 심한 남자는 머리카락 채집을 위해 강도 짓을 하는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다. 이런 모발숭배증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단발광(斬髮狂)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가 되면 중증 환자로 상당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사람은 특정한 애인의 머리카락에 집착하는 정도에 머무르지만, 극단적인 헤어 페티시스트가 되면 어떤 여자의 머리카락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수집하고 이를 마스터베이션에 이용한다.

이런 사람들은 그런 욕구가 참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강렬한 나머지 칼이나 가위 따위를 이용해 여자의 머리카락을 강탈하고 또한 머리카락 자체에만 열광하고 도취해 정상적 섹스를 할 줄 모른다.

하지만 음모숭물증은 음모(pubic hair) 그 자체에만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쳐다보고 기쁨을 느낀다든가, 그것을 수집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등의 극단적 음모 편애를 남들에게 보여주면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이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

곽대희 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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