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향기 가득한 광양의 봄
살이 통통하게 오른 섬진강 벚굴. . 하동과 광양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이웃동네다. 광양의 봄 전령은 매화와 벚굴이다. 광양 망덕포구에서 싱싱한 벚굴을 먹을 수 있었다. 벚굴은 이름도 많다. 벚꽃 필 때 먹는다 해서 벚굴, 강에서 난다 해서 강굴, 호랑이처럼 크다 해서 범굴이라고도 불렀다. 벚굴은 음력 1월 1일부터 4월 중순까지 먹을 수 있다. 4월 중순이 넘어가면 독성을 띤다. 망덕포구에서 벚굴을 돈을 받고 판 건 10년 전쯤부터다. 이전에는 회를 먹으면 서비스로 벚굴을 줬단다. 망덕리 토박이 강철(31)씨는 “20년 전만 해도 강변 바위에서도 벚굴이 나왔다”며 “지금은 수심 17m 가까이 잠수해야 벚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벚굴은 바다에서 나는 굴보다 확연히 컸다. 큰놈은 껍데기 지름이 30㎝가 훌쩍 넘고 무게는 2㎏에 달했다. 살짝 익힌 굴에 묵은 김치와 어슷하게 썬 마늘대를 올려 먹었다. 벚굴은 바다에서 나는 굴보다 덜 짜고 덜 비렸다. 굴 내장까지 통째로 갈아 넣은 죽이 별미였다.
광양 청매실농원 전경. 이곳 매화가 만개하려면 일주일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다압면 청매실농원에는 진즉에 봄이 내려와 있었다. 청매실농원의 매화는 이달 초 꽃망울을 틔웠다. 지난 10일 찾았을 때는 약 40%가 개화한 상태였다. 20㏊(6만 평)에 달하는 너른 땅에 10만 그루가 넘는 매화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청매실농원은 농장이자 정원이다. 이달 중순부터 말까지 청매실농원은 흰 구름처럼 피어난 매화로 일대 장관을 이룬다.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의 홍쌍리 여사가 항아리에서 숙성된 매실을 꺼내보였다. . 매화는 어여쁜 자태에 반하고 그윽한 향에 취하는 꽃이다. 산수유가 향이 없는 반면에 매화는 향이 진하다. 달콤하고 산뜻한 매화 향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청매실농원의 주인은 1997년 농림수산부로부터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홍쌍리(74)씨다.
“농원을 꾸미는데 법정스님이 많이 조언해줬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영화 ‘취화선’을 찍었던 초가여. 임권택 감독이 직접 내려왔더라고. 누가 그랬대, 여 매화가 대한민국 최고라고. 감독님이 농원에서 영화 찍겠다 해서 내가 집을 지어준기라.” 18~27일 청매실농원 일대에서 광양매화축제(gwangyang.go.kr/gymaehwa)가 열린다. 청매실차·매실장아찌 등 청매실농원에서 수확한 매실로 만든 식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광양매화축제위원회 061-797-2721.
● 여행정보=섬진강을 따라 구례·하동·광양이 늘어서 있다. 서울시청에서 구례 산동면까지 자동차로 약 3시간 30분 걸린다. 산동면에서 지리산 온천단지가 가깝다. 모텔·리조트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식당이 모여 있다. 구례군 관광과 061-782-2014. 구례부터 하동까지는 19번 국도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화개장터 근처의 은성식당(055-884-5550)이 참게탕 전문식당이다. 참게탕 소(2인) 3만5000원. 4월부터 섬진강에서 재첩을 수확한다. 하동군청 근처의 재첩특화마을에 재첩 전문 식당 5곳이 모여있다. 해성식당(055-883-6635)에서 모듬 정식을 시키면 재첩국·재첩회·참게장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2인 이상 주문 가능하고 1인 1만5000원이다. 하동군이 추천하는 숙박시설은 최참판댁 바로 옆의 한옥체험관이다. 1박(2명 기준) 3만원부터. 하동군청 문화관광실 055-880-2384. 광양 망덕포구에 벚굴 식당이 많다. 망덕 배알도횟집에서는 벚굴 5~6㎏을 4만원에 판매한다.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배송료 5000원. 굴죽 1인 8000원. 광양시청 관광과 061-797-2731.
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 [관련 기사] │ 섬진강의 봄 [커버스토리] 구불구불 물길 따라 노릇노릇 봄이 익다 . [출처: 중앙일보] [커버스토리] 그윽한 매화·녹차 향에 취하고, 담백한 벚굴·참게 맛에 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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