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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찾아준 한국계 입양 쌍둥이 … DNA도 같았다

淸山에 2014. 2. 14. 03:20

 

 

 

 

 

 

SNS가 찾아준 한국계 입양 쌍둥이 … DNA도 같았다
[중앙일보] 입력 2014.02.14 00:06 / 수정 2014.02.14 00:28
미국·프랑스서 25년 모른 채 지내
해리포터 팬, 폭식 습관까지 같아
함께 한국 왔다 가 … 다큐 제작 중
 
 

 

 

따로 입양된 쌍둥이 서맨사 푸터먼(오른쪽)과 아나이스 보르디에. [아나이스 보르디에 페이스북 캡처]“쌍둥이냐 아니냐,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겁니다. 둘 다 (들을) 준비가 됐나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은 둘은 다소 긴장한 듯 “네”라고 답했다.

 둘은 한눈에 보기에도 닮았다. 실은 그래서 만났다. 그로부터 1년여 둘은 자신들이 몸과 마음으로 절감했던 사실을 ‘과학’으로도 인정받고 싶었다. 둘이 자매란 사실을. 유전자(DNA) 검사를 한 이유였다. 바로 한국계 미국 배우 서맨사 푸터먼(26)과 프랑스 국적의 패션디자이너 아나이스 보르디에(26)다.

 

 둘이 만나는 과정을 담은 2분52초 동영상(트윈스터스·Twinsters)엔 결론이 담겨 있지 않았다. 한동안 둘 사이 비밀로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좋은 소식’은 금세 알려지는 법. 12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은 두 사람이 의심할 여지 없는 쌍둥이란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둘은 지난해 2월까지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존재 자체를 몰랐다. 푸터먼은 뉴욕에서 자라 보스턴대에서 드라마를 전공했고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출연한 배우였다. 파리 근교에서 회계사·교사 부부의 고명딸로 큰 보르디에는 파리의 국립응용예술대(ENSAAMA)를 졸업한 뒤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대에서 패션전문가 과정을 밟는 중이었다. 그러다 둘이 연결된 건 보르디에가 친구한테서 “너와 닮은 배우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다. 이리저리 확인해 본 결과 외모만 닮은 게 아니었다. 1987년 11월 19일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3개월 만에 입양됐다는 점도 같았다. 보르디에는 페이스북으로 푸터먼에게 연락했다. <본지 2013년 4월 2일자 2면>

 

 “런던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글을 받았어요. 유튜브에서 나를 봤다는데 닮았다는 거예요. 그의 프로필을 본 순간 나도 깜짝 놀랐어요. 나와 똑같이 생겼더라고요.”(푸터먼)

 

 “푸터먼이 출생기록을 보냈는데 쌍둥이라곤 안 돼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의 어릴 적 사진을 보니 모든 게 정리되더군요. 난 심장마비에 걸리는 줄 알았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새로운 세계가 열렸고.”(보르디에)

 

 둘은 화상통화를 통해 서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놀랐다. 둘 다 해리 포터의 팬이었고 같은 드라마를 좋아했으며 늦잠 뒤에 폭식하는 습성도 같았다. 그러다 5월엔 직접 만났다. 푸터먼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을 보르디에는 이렇게 묘사했다.

 

 “온몸이 마비되는 줄 알았어요. 내가 내 앞에 서 있다니. 그저 서로를 쳐다봤어요.”

 양쪽 부모도 놀랐다. 보르디에의 아버지는 푸터먼을 보곤 눈물을 지었고 어머니는 “둘이 완전히 똑같다”고 놀랐다. 푸터먼의 부모에겐 둘이 장난을 쳤다. 보르디에가 먼저 푸터먼인 양 등장했고 곧이어 진짜 푸터먼이 등장했던 것. 푸터먼의 부모는 “설마, 설마”라는 말을 되풀이하다 쌍둥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둘은 이후 이곳저곳을 함께 여행했다. 런던과 캘리포니아, 그리고 한국도 방문했다. 그렇게 존재조차 몰랐던 두 사람이 쌍둥이 자매가 돼 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둘의 고백이다. “자라면서 뭔가 상실감을 느끼곤 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땐 상상 속의 친구가 있었어요. 뭔가 위로가 될 만한 게 있어야 했어요.” 둘에겐 현실의 자매가 생겼다.

런던=고정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