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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육장 명인 권기옥,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장 이야기

淸山에 2013. 9. 26. 04:06

 

 

 

 

 

 

 

어육장 인 권기옥,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장 이야기


입력 : 2013.09.25 09:00
 

 

 


장맛이 좋아야 음식 맛이 좋다는 말이 있듯 우리 음식의 기본은 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다양한 종류의 장 중에서도 산해진미의 재료를 넣어 숙성시킨 특별한 장이 있으니 바로 어육장이다. 생선과 육류 그리고 해조류 등의 귀한 재료가 메주와 함께 발효되면서 천연 조미료 이상의 건강하고 특별한 맛을 낸다.

 


	권기옥 명인과 김민지 셰프.

권기옥 명인과 김민지 셰프. 


서울에서도 꽤 먼 거리의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는 수백 개의 장독을 놓고 장을 담는 곳이 있다. 식품명인 권기옥 씨는 외조모와 모친의 대를 이어 반백 년 넘게 어육장을 담가왔다. 신선한 육류와 흰살생선 그리고 말린 해물 등을 메주와 함께 넣어 1년을 땅속에서 발효·숙성시킨 후 먹는 어육장은 과거 궁중과 명문 사대부가에서 가장 귀하게 여긴 장이다. 임금님의 수라에 오른 장이며, 조선시대 최고의 古조리서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그 맛이 아름답기 그지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산해진미를 켜켜이 쌓아 땅에서 숙성시킨 명품 장

어육장은 김치처럼 땅에 묻어 숙성하는 장이다. 메주뿐만 아니라 육류와 어류의 동물성 단백질이 같이 발효되는 장이기에 땅속에 묻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주지 않으면 부패되기 쉽다. 따라서 언 땅이 녹는 4월에 담근다.

 


	어육장을 담그고 있는 권기옥 명인.

어육장을 담그고 있는 권기옥 명인. 


해마다 4월 초가 되면 권기옥 명인은 어육장 담그기 행사를 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큰 독을 짚으로 싸서 땅속에 묻고 기름기가 적고 물기를 제거한 소고기, 닭고기 그리고 대구, 도미, 가자미, 조기, 병어, 민어 등의 흰살생선과 전복, 새우 같은 해물을 잘 손질해 말려 넣는다. 여기에 두부와 다시마까지 항아리 안에 메주와 함께 켜켜이 넣고 천일염을 거른 소금물을 채워 장을 담가 밀봉한다. 육·해·공 귀한 식재료가 켜켜이 쌓여 있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은 장을 담그기도 전에 압도당한다.

 

“장 담그는 데 들어가는 재료가 다양하다보니 집에서는 어육장을 담그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장을 담글 줄 안다면 어육장 역시 어렵지 않게 담글 수 있어요. 어육장을 만드는 법은 먼저 독에 숯과 꿀을 넣어요. 꿀이 없다면 참기름을 넣어도 됩니다. 달군 숯에 꿀이 닿으니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이 연기는 장독을 소독하고 좋은 향을 배게 해주죠. 메주를 3~4장 넣고 소고기를 3덩이 정도 넣은 뒤 다시 메주 3~4장을 넣고 손질한 닭을 2마리 정도 넣습니다. 다른 재료도 마찬가지로 메주와 재료를 번갈아 차곡차곡 넣습니다. 단 이때 순서를 지키는 것이 좋아요. 육류를 제일 먼저 넣고 그다음엔 생선 그다음엔 해물, 두부, 다시마순으로 넣지요. 이런 순서를 거쳐 모든 재료를 장독에 넣은 뒤 독에 소금물을 붓습니다. 소금물은 소금과 물의 비율이 1 : 4가 되도록 만듭니다. 소금은 장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예요. 2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주와 재료들이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재료가 항아리의 반을 차지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소금물로 채웁니다. 1년 정도 숙성되었을 때 간장이 전체 양의 3분의 1 정도 되어야 어육장이 맛있어요. 마지막으로 마른 고추와 대추를 올린 뒤 뚜껑을 닫습니다. 비닐 등으로 입구를 꼼꼼하게 봉한 뒤 흙으로 덮으면 장 담그기가 끝나지요.”

 


	1 권기옥 명인이 직접 담은 장이 담긴 수많은 장독들. 어육장뿐만 아니라 정월에 담가 2년 이상 숙성시킨 맑은 청장, 청장에 해마다 첨장을 하여 10년 이상 숙성시킨 꽃장, 메주에 소금물 대신 지난해 장을 넣어 담근 덧장, 검은콩으로 담근 진장 등이 있다. 2 어육장에는 육류와 생선 등 다양한 식재료의 맛이 그대로 녹아 발효되어 감칠맛이 뛰어나다. 3 간장에 핀 메밀꽃. 좋은 곰팡이의 일종으로 메밀꽃이 피면 간장 맛이 좋아진다. 간장이 숙성되면 저절로 없어진다. 4 메주가 잘 떠야 장맛이 맛있다. 잘 뜬 메주는 단면을 자르면 안이 비어 있고 그 모양이 시루떡과 비슷하다.

1 권기옥 명인이 직접 담은 장이 담긴 수많은 장독들. 어육장뿐만 아니라 정월에 담가 2년 이상 숙성시킨 맑은 청장, 청장에 해마다 첨장을 하여 10년 이상 숙성시킨 꽃장, 메주에 소금물 대신 지난해 장을 넣어 담근 덧장, 검은콩으로 담근 진장 등이 있다. 2 어육장에는 육류와 생선 등 다양한 식재료의 맛이 그대로 녹아 발효되어 감칠맛이 뛰어나다. 3 간장에 핀 메밀꽃. 좋은 곰팡이의 일종으로 메밀꽃이 피면 간장 맛이 좋아진다. 간장이 숙성되면 저절로 없어진다. 4 메주가 잘 떠야 장맛이 맛있다. 잘 뜬 메주는 단면을 자르면 안이 비어 있고 그 모양이 시루떡과 비슷하다. 

 



	어육장에는 바다와 땅, 하늘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간다.

어육장에는 바다와 땅, 하늘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간다. 

 


	전통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권기옥 명인과 김민지 셰프.

.  전통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권기옥 명인과 김민지 셰프.


이렇게 담근 어육장은 1년 정도 땅 속에서 숙성기간을 거친 후 간장을 거른 뒤 다시 땅 위에서 1년 이상 숙성시킨다. 권기옥 명인은 어육장으로 만든 된장조치와 장김치의 맛을 본 사람들은 아무리 번거로워도 어육장을 담글 수밖에 없다고 귀띔한다.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육장 담그는 것을 보고 배운 탓에 저는 어육장 담그기가 어렵지 않아요. 저에게는 매일 오르는 김치처럼 아주 친근한 음식이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어육장이 너무 생소한 음식이더라고요. 이 맛있고 귀한 것이 사라질까 염려스러워요. 어육장을 판매하고 있지만 레시피는 누구에게든 공개하고 있어요. 심지어 4월에 열리는 어육장 담그기 행사에는 참가비용이 없어요. 오히려 따끈한 밥 한 끼를 제공하고 있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어육장을 담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어육장에 들어가는 재료도 시대가 변하면서 조금씩 바뀔 수 있고 만드는 방법 역시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규합총서>에는 어육장을 상온에서 1년 후숙시킨다는 내용이 없지요. 오랫동안 장을 담가보니 후숙한 장이 훨씬 맛이 깊더라고요. 장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맛있어지잖아요. 이렇게 후대에서 더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조금씩 달리해보고 또 담그는 방법도 연구해 어육장이 사라지지 않길 늘 기도한답니다.”

 

 

 

 

 

 

 

 

김민지 셰프가 차린 어육장 별미

 

 

 


	어육장 맛을 보고 있는 김민지 셰프와 권기옥 명인.

어육장 맛을 보고 있는 김민지 셰프와 권기옥 명인.

 
“보통의 장은 맛을 봤을 때 오랫동안 음미해야 단맛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어육장은 먹자마자 입안에서 달고 구수한 맛이 나요. 일반 장에 비해 부드럽고 순한 맛이 나며 감칠맛이 뛰어나요. 요리에 활용하면 그 감칠맛이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어육된장은 보통 사용하는 된장처럼 찌개나 각종 요리에 넣어 먹어도 그만이지만 특히 다양한 요리의 소스로 사용하면 좋을 듯해요. 마늘과 같은 향신채를 가감해 쌈장으로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채소와 구운 고기에 어육된장 드레싱을 더해도 별미입니다. 어육간장은 찜요리나 미역국과 같은 간장으로 간을 하는 다양한 국과 찌개에 넣어 먹으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장아찌를 만들 때 어육간장을 약간 넣으면 감칠맛이 나고 맛이 깊어져요. 어육간장 맛만 제대로 음미하고 싶다면 생김을 찍어 먹어보세요. 은근하게 달고 순한 감칠맛이 입안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저 역시 해마다 장을 담그고 있는데 내년에는 어육장을 담가볼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 마른 북어나 오징어, 새우를 넣고 담가볼 생각인데 벌써부터 장맛이 기대되는걸요.”(웃음)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이 어우러져 더욱 조화롭고 진한 향을 뿜어내는 어육장은 일반 전통장보다 덜 짜고 맛이 달다. 일반장과 염도는 같지만 동물성 단백질의 감칠맛이 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권기옥 씨의 설명이다. 형태가 남은 육류는 썰어서 된장과 섞어두고 먹는다. 찌개를 끓일 때 넣어 먹어도 되고 아무래도 염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굳이 먹고 싶지 않다면 된장만 걸러 먹어도 된다. 생선이나 해물류는 된장에 대부분 녹아들기 때문에 간혹 보이는 굵은 뼈만 건져내 조리한다. 두부의 경우 거의 장에 녹아들어 형체가 없는데 간혹 남아 있는 덩어리를 먹어보면 오랜 시간 숙성한 치즈 맛이 난다. 이렇듯 어육장은 숙성될수록 떫은맛과 젓갈 맛 등 잡맛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진해진다.


어육된장소스꽃게볶음면

기본재료 꽃게 1마리, 칼국수면 100g, 양파 ½개, 어슷 썬 대파 1대 분량, 편마늘 2쪽 분량, 홍고추·청양고추·식용유 약간씩, 땅콩버터 1작은술, 멸치육수 400㎖ 
어육된장 소스 어육된장·고춧가루·다진 마늘·다진 대파·다진 생강 1큰술씩, 청장·간장 1작은술씩

 


	어육된장소스꽃게볶음면

어육된장소스꽃게볶음면 


만드는 법

1 꽃게는 솔로 문질러 닦고 가위로 모래주머니를 잘라낸 뒤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둔다.

2 달군 웍에 식용유를 살짝 두른 뒤 편마늘과 손질한 꽃게를 넣어 볶다가 마늘 향이 나고 꽃게의 색이 붉게 변하면 멸치육수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3 칼국수는 살짝 삶아 찬물에 비벼가며 헹군 뒤 물기를 제거한다.

4 ②에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붓고 끓인다. 삶은 칼국수를 넣고 완전히 익힌 후 땅콩버터를 넣어 고루 섞은 뒤 불을 끄고 그릇에 담는다.


버섯장아찌

기본재료 새송이버섯 8개, 마른 표고버섯 10개, 느타리버섯·만가닥버섯 100g씩, 팽이버섯 1봉지, 마늘 10쪽 
장아찌 절임물 어육간장 2큰술, 간장 1¾컵, 물 2컵, 설탕 1컵, 양조식초 ¾컵

 


	버섯장아찌

버섯장아찌 


만드는 법

1 새송이버섯은 밑동을 제거해 불순물을 털어내고 마른 표고버섯은 뜨거운 물에 10분 정도 불린다.

2 느타리버섯은 가닥가닥 떼어두고 만가닥버섯과 팽이버섯은 밑동을 잘라 털어둔다.

3 냄비에 분량의 절임물 재료와 통마늘을 넣고 마늘이 살짝 익을 정도만 끓인다.

4 밀폐용기에 ⓛ과 ②의 버섯을 넣고 ③을 부은 후 실온에서 완전히 식혀 뚜껑을 닫아 냉장보관한다.


어육강된장콩나물비빔밥

기본재료 콩나물 100g, 소고기(불고깃감) 50g, 마른 표고버섯 5개, 밥 1공기, 식용유·소금 약간씩 
어육강된장 어육된장·물 3큰술씩, 고춧가루 1큰술, 감자 1개(큰 것), 양파·애호박·홍고추 ½개씩, 청양고추 1개, 대파 3뿌리

 


	어육강된장콩나물비빔밥

어육강된장콩나물비빔밥  


만드는 법

1 마른 표고는 뜨거운 물에 10분 정도 불려 물기를 꼭 짜 채 썰고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볶는다.

2 소고기는 키친타월로 눌러 핏기를 제거하고 얇게 채 썬 뒤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볶는다.

3 콩나물은 소금을 약간 넣어 아삭한 식감이 느껴지도록 삶는다.

4 어육강된장을 만든다. 감자와 양파, 애호박은 사방 1.5㎝ 크기로 네모지게 썰고 대파와 청양고추, 홍고추는 송송 썬다.

5 냄비에 ④와 나머지 어육된장 양념을 넣고 감자가 익을 때까지 볶아가며 끓인다.

6 그릇에 밥을 담고 표고버섯과 소고기, 콩나물을 올리고 어육강된장을 따로 담아 곁들인다.


어육장 명인 권기옥은…
조선왕실의 음식과 장에 능통한 외조모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궁중의 장과 어육장 담그는 법을 몸소 체험하고 전수 받았다. 용인시 백암면에서 장류제조를 사업화하고 1999년 상촌식품을 설립해 어육장을 상품화하여 판매했다. 오랜 시간 우리의 장을 연구하고 상품화해 발전 계승한 결과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어육장제조가공 분야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인정받았다.

김민지 셰프는…
퓨전 한식 레스토랑 ‘민스키친’의 오너 셰프. 음악을 전공했지만 음식 만드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 음악 대신 요리를 택했다. 기본에 충실하되 약간의 변화로 색다른 한식을 즐길 것을 사람들에게 권하며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TV와 잡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강부연 기자 | 사진 이보영 | 촬영 협조 웃말상촌식품(  031-339-1281  www.unm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