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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10일전 전사한 정철호 이등상사… 60년만의 귀가

淸山에 2013. 7. 12. 05:37

 

 

 

 

 

휴전 10일전 전사한 정철호 이등상사… 60년만의 귀가

 


나무도장 단서로 가족 확인-유품전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박신한 단장(오른쪽)이 고 정철호 이등상사의 유품을 유가족들에게 전달한 뒤 유해 발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고인은 국군 8사단 21연대 소속으로 1953년 7월 16일 강원 철원 별우지구 반격전투에서 전사한 뒤 올해 5월 유해가 발견돼 6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고인의 여동생 정경분 씨(68·왼쪽)가 오빠 생각에 눈물을 훔치고 있다. 울산=뉴시스“동생아, 60년 만에 돌아왔구나. 홀로 산속에서 얼마나 외로웠니.”

 

11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의 한 아파트. 백발이 성성한 정상남 할머니(87)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박신한 단장(대령)으로부터 6·25전쟁 당시 전사한 동생 정철호 이등상사의 유품을 전달받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정 할머니는 울먹이며 박 단장에게 “동생을 찾아줘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건넸다. 그는 “동생이 전쟁 중 휴가를 나왔다 화물차 짐칸에 올라타 귀대하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며 “어머니는 1953년 정전 직후 전사통지서를 받고 1979년 81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 아들 이름을 되뇌며 한을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유품 전달은 국방부 전사자 신원확인 통보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박 단장과 지역 관할 부대 지휘관, 신장열 울주군수 등이 고인의 조카인 정용수 씨(55)의 울산 자택을 직접 방문해 국방부 장관 명의의 신원 확인 통지서와 도장, 단추, 계급장 등의 유품, 관을 덮었던 태극기를 전달했다. 고인의 여동생 정경분 씨(68)는 귀가 어두워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오빠의 유품을 보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박 단장은 “너무 늦게 유품을 전달하게 돼 죄송하다”며 “하지만 기일(7월 16일)을 앞두고 전달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국군 8사단 21연대 소속으로 1953년 7월 16일 철원 별우지구 반격전투(국군 8사단과 중공군 60군 181사단 간의 전투) 도중 전사했다. 19세에 입대해 6·25전쟁에 참가한 뒤 휴전(7월 27일)을 불과 10여 일 앞둔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60년 뒤인 올 5월 21일 국유단은 전투 지역에서 유해 한 구를 발굴했다. 함께 발굴된 부식된 나무도장을 감식한 결과 ‘鄭喆鎬(정철호)’라는 이름을 확인했다.

 

당시 군 명단에 6명의 동명이인이 있었지만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정 이등상사를 지목하고 유가족과의 DNA 검사를 한 끝에 신원을 확인했다.

고인은 1953년 4월 전투에서 상이기장(공무 중 부상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을 받은 뒤 1954년 10월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된 것으로 미뤄 별우지구 전투에서 전공을 세우다 전사한 것으로 국방부는 추정했다.

 

정 이등상사의 유해는 올해 안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국유단은 2000년부터 유해발굴사업을 계속해 지금까지 국군 경찰 유엔군 전사자 7420구를 발굴했지만 83명의 신원만 확인된 상태다.

 

울산=정재락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