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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또하나의 가족

淸山에 2013. 7. 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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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또하나의 가족

 

 

 

유인경의 수다의 힘 2013/07/04 13:48

얼마전 동네 동물병원에 가서 우리 가족과 함께 사는 강아지의 반려견 등록을 했다.
강아지를 위한 예방주사 접종 등을 위해 동물병원에 가면 ‘리즈’ 이름의 건강수첩도 주고, 혹시 아플 때 약을 담아주는 봉투에도 환자명(?)에 이름이 적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또 법적으로 등록을 하니 이제 완전히 우리 가족이 된 느낌이다.   

 

주인의 인적사항과 개의 특성이 담긴 작은 칩을 우리 개의 몸 안에 삽입했다. 칩이 삽인되면 주인이 쉽게 강아지를 버릴 수 없고, 또 주인이 강아지를 잃어버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유럽과 미국에선 수십 년 전에 이미 도입됐던 제도란다. 그런데 반려견 제도는 혹시나 잃어버린 강아지를 못찾을까하는 것보다 주인에게 냉정하게 버려진 유기견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한 해 발생 유기견만 무려 10만 마리에 이른단다.
 
버려진 유기견은 대부분이 길거리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거나,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다. 운 좋게 구조돼 유기견 보호소로 옮겨졌다고 해도, 10일 안에 주인이 찾아가거나 분양되지 않으면 결코 ‘안락할 수 없는’ 안락사를 당한다. 더러워진 유기견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다양한 질병을 얻고 다시 다른 유기견으로 옮겨가고, 결국 다시 우리 인간을 위협하게된단다. 우리 정부도 길거리에 유기견을 잡아들이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사업에만 한해 평균 백억 원에 가까운 혈세가 들어간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가 배정한 동물보호 관련 예산은 6억원 가운데 실제 ‘반려견 등록제’를 알리는 데 사용하는 예산은 6천만 원에 불과하다. 포스터를 만들어 동물병원에 붙이는 게 사실상 홍보활동의 전부다. 농식품부 측은, 예산을 올렸지만 기획재정부가 심의과정에서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농식품부 검역검사본부의 담당자는 고작 3명에 불과하단다. 어떻게 유기견을 잡아들이는데는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쓰면서 유기견의 가장 최선의 예방책일 수 있는 반려견 등록제 홍보에는 6천만원 정도만 배정했을까.

 

“굶어 죽는 사람,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개를 위해 그런 돈을 써야 하나?”


“정치인들이 판단하기에도 반려견 문화를 아무리 강조해야 지역구에 다리를 세우는 것에 비해 눈에 드러나지도 않고 생색도 안나는 일인데 뭐하러 목소리를 내겠나. ”


“솔직히 강아지에게 염색도 시키고 몇십만원하는 옷입히고 명품 개가방까지 들고 설치는 사람들 보면 역겹다. 그러면서도 산택시킬 때 보면 아무데서나 똥오줌을 싸도 모르는척 하더라. 개의 생명존중권 이전에 개 주인의 에티켓이 더 필요하다”

 

위같은 지적들도 많다. 다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나는 유기견에 대한 분노나, 우리나라 반려견 정책보다 개를 키우는 기쁨과 행복이 참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어릴 때 집에서 개를 기르기도 했고, 결혼 후에도 몇마리의 개를 키운 경험이 있다.
그들이 병이나 사고로 죽으면 그 이별과 상처가 너무 심해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하곤 헸다.
그런데 딸 아이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돌아온 후에 강아지를 한마리 키우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구입하겠다고해서 부담없이 애견 센터를 갔다. 그리고 귀엽게 생긴 남자 토이푸들을 한마리 샀다. 이름은 프랑스 파리의 추억을 담아 ‘빠리’
빠리가 어느 정도 크자 예쁜 여자 친구를 구해주자고 의견을 모아 다시 한마리 더 가족으로 맞았다.
첫 눈에 반할만큼 타고난 미모의 토이푸들. 마침 세기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사망한 즈음이라 이름을 ‘리즈’라고 지었다.

 

 

 

 

이 작은 강아지가 우리 가족의 기쁨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인형같이 귀여운 리즈는 미모보다 견품이 거의 마더 테레사 수준이자 국제평화기구 수준이다.

 

오빠인 빠리가 조금이라도 무례하거나 난폭하게 굴면 후다닥 달려와서 빠리를 힘으로 제압했다. (리즈가 금방 자라 체구가 더컸다) 마치 “이봐. 우리가 누구 덕분에 잘 먹고 잘 사는데 이런 행동을 하는 거야?”라는듯 격조있게 나무랐다.
장난으로라도 내가 딸을 때리는 척 하거나, 누가 아프다고 하면 어디선가 달려와 둘 사이에 끼어들어 온몸을 부볐다.


“어허, 평화적으로 해결하세요. 왜 큰 소리를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시나요?”


해맑은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뭐 이제야 부부 사이에도 싸울 힘도 없지만, 개 보기에 부끄러워서라도 큰 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정작 가족들은 심드렁한데 리즈는 마치 30년만에 상봉한 이산 가족처럼 바들바들 떨고 앞 발을 들고 꼬리를 치면서 반겨준다. 아무리 조용조용 들어와도 신기하게 발자국 소리만으로 아는 것 같다.
가끔 너무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 있는데 차마 남들에게 말을 못할 때 난 리즈를 보면서 고자질(?)을 한다.

 

“리즈야. 오늘 정말 이상한 인간때문에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참 몰상식한 인간이야.. 중얼중얼.. 뭐 사실 그 사람도 그럴 사정이 있었겠지만...”

 

리즈는 아무런 편견도 없이 내가 하는 말을 경청한다.
개니까 당연히 말을 못하지만, 어줍쟎은 위로나 냉철한 지적을 해주지 않는 것이 너무 고맙다. 내 넋두리가 좀 길어지면 살짝 외면을 한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같다.

 

“그래요. 개들도 별별 종류가 있듯 별별 사람들이 많겠죠. 그래도 잘 견디셨네요. 중요한건 엄마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거쟎아요. 그건 그렇고 이제 속이 좀 풀리셨으면 제 속을 좀 채워주세요. 밥을 달라구요!!”

 

식탐많은 주인을 닮아 리즈 역시 엄청난 식탐을 자랑한다. 밥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는다. 식구들이 집을 비울 때는 혼자 내버려 둔 것을 복수라도하듯 어딘가에 있던 과자 등을 찾아 흔적을 남긴다.

 

리즈가 가장 고마운 것은... 남편의 대화상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50대 중반부터 여성호르몬이 마구 늘어나 유난히 말이 많아진 남편은 과거엔 나와 서너마디만 나누더니 요즘은 자꾸 말을 걸고 구시렁거린다. 처음엔 대화가 늘어났다는 기쁨에 맞장구를 쳐줬지만, 솔직히 피곤하다. 별 내용도 없고, 시시한 이야기 뿐이라 길게 대화를 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딴청을 부리면 남편은 개를 붙들고 이야기를 한다.

 

“리즈야. 넌 국정원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그리고 어제 텔레비를 보니 수퍼에 가서 심부름을 하는 개도 있던데 넌 머리가 나쁜거니, 아니면 엄마가 교육을 잘 못 시킨거니...”

 

지난해 오빠 빠리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 리즈는 외동견이 되었지만 2배의 사랑을 우리에게 전한다.
물론 반려견을 키우려면  사료값이며 예방주사, 털을 깎는 미용비 등 돈이 들어가긴 한다.
그런 돈으로 불우 이웃을 도우라고만 강조할 수 있을까.

 

사랑스런 강아지와 대화하고 위로받고 스킨십을 나누는 나만의 기쁨도 중요하지 않은가.
난 몇몇 기구에도 작은 돈을 기부하는데 먼 아프리카 아이들이 보내주는 감사 카드도 좋지만, 매일매일 내 앞에서 온갖 애교를 떨고 온 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강아지가 주는 행복도 포기할 수 없다.

 

남의 흉을 보지도 않고, 술이나 담배도 하지 않고, 명품을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고 반항도 하지 않는 착한 강아지. 게다가 주인들이 유치찬란하게 “리즈야. 누가 제일 좋아?”라며 세 가족이 각각 박수치며 이름을 부르는 게임을 하면 각각 한 명에게 와서 안겨주는 속깊은 강아지.

 


내게 안긴 리즈의 그윽하고 깊은 눈망울을 볼 때마다 대체 우리는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만났을까 경이롭기도 하고, 난 정말 개보다 더 지혜롭고 인간적으로 살고 있나를 반성하기도 한다.

이제 리즈는 반려견 등록을 마쳐 완벽히 우리 가족이 됐다.
그건 리즈가 죽을 때까지 우리 가족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그저 내 욕심에, 장난감을 다루듯 즐겼다면 이젠 또하나의 가족으로 존중해줘야 한다. 
충분히 책임을 질만큼 리즈는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장수시대, 고령화사회하는데 개인 우리 리즈도 오래오래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