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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연설한 외국인 189년간 109명 … 한국 6, 일본 0

淸山에 2013. 5. 18. 05:41

 

 

 

 

 

미 의회 연설한 외국인 189년간 109명 … 한국 6, 일본 0

[중앙일보]          

        

가장 근접했던 고이즈미 전 총리
야스쿠니 참배 계획 알려져 좌절
박 대통령, 여성으로 12번째 연설

109명.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지금까지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외국 지도자 또는 명사의 숫자다. 외국인으로 미 의회 연설의 효시는 독립전쟁에 참여해 미국 건국의 영웅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라파예트 후작이다. 그는 1824년 12월 의회에서 연설했다.

 이 109명의 연설자 중에서 일본인은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범국이면서도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DNA가 장애물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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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전문위원을 지낸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방문교수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기고한 글에서 역대 미 의회 합동연설을 분석했다. 그는 “일본의 역대 총리 중 상·하원 합동연설에 가장 근접했던 인물은 2006년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라고 꼽았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의 친분은 각별했다. 2006년 4월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자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이 있는 그레이스 랜드를 찾았다. 고이즈미 총리가 엘비스의 열렬한 팬이란 점을 감안해서다. 이렇게 각별한 친분이 있었던 때도 고이즈미 총리의 합동연설은 실현되지 못했다.

연설이 성사될 즈음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였던 헨리 하이드(2007년 사망) 당시 하원 외교위원장이 데니스 해스타트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이드 위원장은 서한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진주만 공격의 주역인 도조 히데키 등 1급 전범들이 안치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계획이라고 고발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진주만을 기억하는 세대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연설은 무산됐다. 다만 전후 일본의 경제 부흥에 박차를 가한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등 두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 대신 하원에서만 연설하는 데 그쳤다. 반면 박 대통령의 연설로 한국은 여섯 차례를 기록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선 가장 많은 횟수다.

 


 핼핀 교수는 “이는 한국이 미국 동맹의 맨 꼭대기(top rank)에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뒤 한·미 동맹에 린치핀(linchpin)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이번 박 대통령 방미 때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동맹 60주년 공동선언에서 린치핀이란 용어를 썼다. 린치핀은 수레 등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으로, 외교적으로 동반자라는 의미로 쓰인다. 과거 미·일 동맹에 주로 사용하던 표현이었다. 대신 일본에 대해선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이란 표현을 쓴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 때 미측은 “코너스톤은 코너별로 4개가 있지만 린치핀은 한 개밖에 없다”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평가했다고 한다.

 핼핀 교수에 따르면 박 대통령처럼 취임 초기 미국을 방문해 합동연설을 한 경우도 드물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2009년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주미 한국대사관 차원에서 합동연설을 추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현재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핼핀 교수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년 뒤인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합동연설을 했다.

 109명의 합동연설자 중 여성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12명이다. 아시아권에서 박 대통령은 장제스 대만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 코라손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에 이어 다섯째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