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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10년간 가장 많이 들은 클래식 음반

淸山에 2013. 5. 14. 04:52

 

 

 

 

 

 

 

 

 

한국인이 10년간 가장 많이 들은 클래식 음반

 

초보자는 '라흐마니노프' 마니아(mania)는 '조르바'
김성현 기자

 

 

[한국인이 10년간 가장 많이 들은 클래식 음반]

 

온·오프라인에선 베토벤 등 '명곡' 스테디셀러 비중 높고
취향·개성 강한 전문점 고객 '그리스인…' 등 발레음악 선호
여러 곡 묶은 '편집 앨범' 강세… 클래식 음반의 위기 방증한 것


 한국인이 즐겨 듣는 클래식 음반은 무엇일까. 서적·음반 온라인 사이트 예스24에서 지난 10년간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 판매량을 집계했더니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압도적 1위에 뽑혔다. 뒤를 이어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피아노 소나타 '비창'과 '월광' 등 흔히 '명곡'으로 불리는 스테디셀러 비중이 높았다. 온·오프라인 판매를 모두 하는 교보문고 핫트랙스는 여러 작곡가의 인기 곡을 묶어서 발매하는 '편집 음반'이 강세를 보였다.

 

◇공부하듯 클래식 듣는 일반애호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 음반,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의 '겨울 여행', '이 한 장의 명반'(현암사)과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시공사)."(주부 김아림씨의 음반 구입 목록)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한나(첼로), 알렉상드르 타로(피아노), 피터 비스펠베이(첼로),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피아노), 장 이브 티보데(피아노), 알프레트 브렌델(피아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한나(첼로), 알렉상드르 타로(피아노), 피터 비스펠베이(첼로),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피아노), 장 이브 티보데(피아노), 알프레트 브렌델(피아노)   유니버설뮤직코리아·EMI 제공 

 

이 목록에서 보듯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클래식 책과 음반을 함께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은 러시아 특유의 음울한 낭만이 깃들어 있어 국내에도 팬이 많다. 김화진 예스24 클래식 MD는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는 소비자들은 길잡이용 책에서 추천하는 '명반'을 구입하기 때문에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일치하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녀에 따라 선호 장르도 갈렸다. 남성은 베토벤과 브람스의 교향곡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같은 대편성의 웅장한 관현악을, 여성들은 쇼팽의 피아노곡과 슈베르트의 실내악 등 내면적이고 아기자기한 실내악과 독주곡을 상대적으로 선호했다. 사라 장(바이올린), 장한나(첼로),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등 한국계 인기 연주자들의 음반이 상위에 올라 있는 것도 특징이다.

 

◇편집 음반의 공세

지난 10년간의 추세는 이런 식이지만 요즘 핫트랙스의 인기 품목은 여러 작곡가의 곡을 묶은 '편집 음반'이다. 지난해 핫트랙스 클래식 음반 차트에는 목관악기 연주곡을 모은 '바람의 노래'(1위),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이 추천한 '칼린 셀렉츠'(4위), 태교·유아 교육용 '내 아기! 두뇌 클래식'(9위)이 상위권에 올랐다. "최고의 인기 연주자는 '다양한 연주자들(various artists)'"이라는 말이 클래식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 - 그래프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 - 그래프   

 팝이나 가요처럼 '한 곡 소비' 패턴이 클래식에서도 뚜렷해지는 것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기존 클래식 음반 시장의 위기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마니아들의 선택은?

올해 개점 10주년을 맞은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의 인기 순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원작으로 한 그리스 작곡가 테오도라키스의 발레 음반(1위)과 바렌보임의 탱고 음반(3위), 장 이브 티보데가 피아노로 연주한 '말 없는 오페라'(4위)가 상위에 올랐다.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음반점에서 카라얀(지휘)과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피아노) 등 전설적 거장의 비중이 높다면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선 알렉상드르 타로와 티보데(피아노), 피터 비스펠베이(첼로) 등 1990년대 이후 음반들이 강세다.

풍월당의 최성은 실장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클래식 음반 전문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마니아 취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음반점은 2007년부터 자체 음악 강좌를 열면서 박종호·유정우·김문경·황장원 같은 인기 해설자들의 추천이 음반 구매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