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배움/자연 & 환경

어린 보라매의 ‘홀로날기’

淸山에 2012. 6. 4. 06:40

 

 

 

 

 

[생태줌인]어린 보라매의 ‘홀로날기’

 

위클리경향 888호

 

 

 

 

이번호부터 매월 1회씩 생태 사진을 게재합니다. 이재흥 조류사진가의 생생한 사진으로 천연기념물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어미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5월 중순께의 모습이다.

 

 

 충주 남한강변 마을야산 좌우 날개의 능선은 바람을 차단하고, 앞이 탁 트여 있다. 꼭 절집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아늑한 곳을 선택해 참매가 둥지를 틀었다. 능선 위 나무들은 바람 소리를 내는데 둥지 주변의 낙엽송은 고요하기만 하다. 참매는 이같이 아늑하고 전망 좋은 곳을 선택해 둥지를 틀고 번식한다. 다른 맹금류 못지 않은 영리함을 느낄 수 있다.
 
참매를 촬영하기 위해 현장 환경과 똑같이 위장막을 지었다. 참매가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하고 주말이면 촬영을 했다.
 
참매는 농촌의 해발 200~300여 미터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활엽수가 많은 산에서 활동을 한다. 간혹 소나무 위에 둥지를 틀기도 하지만 주로 낙엽송에 산다. 군락을 이루고 골이 깊지 않은 계곡의 15~20여 미터 되는 낙엽송 중간 가지에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한다.
 

 


3월말께 어미가 알을 품고 있다.

 

 

 어미는 알을 품다가 부화가 되면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동안 둥지를 지키며 새끼들과 함께 보낸다. 수컷은 어린 것들이 먹기 좋은 포획물을 가져온다.
 
둥지 속 어린 새들이 커가며 맹금류의 본능을 발휘하면, 수컷이 사냥해오는 포획물도 점점 커진다. 이처럼 수컷은 사냥을 해서 둥지를 오고가다 하루에 한 두 차례는 암컷과 교대로 둥지를 지키고 암컷은 숲속으로 날아가 활동을 하다 포획물을 달고 돌아온다.
 
부화한지 3주 정도가 되면 어미들은 둥지에 함께 있지 않고 둥지 주변에서 활동을 하고 간간이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어 계곡 주변에 어미가 있음을 둥지 속 어린 새들에게 알리며, 자기들의 존재를 숲속에서 활동하는 많은 야생들에게도 알린다.
 

 


6월말 새끼 새가 이소한 후 둥지 근처에 있다.

 

 

 어린 새들이 하루하루 자라서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에 올라가기도 한다. 날개를 펼쳐 비행연습을 조금씩 하다가 밖으로 날아간다. 날아간 녀석은 어미를 찾는 소린지 며칠동안 애절한 소리를 내며 둥지 주변을 맴돈다. 하지만 어미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소를 못한 새는 아직 둥지에서 나뭇가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두리번거리며 어미가 오기만 기다리는 듯하다. 어미들은 자랄 만큼 자란 녀석들을 독립시켜야 하기 때문에 둥지 주변에 나타나지 않는다.
 
혼자 숲속에서 위장을 하고 참매의 습성과 숲에서 활동하는 야생의 세계를 보다보면 우리들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참매는 3월에 둥지를 틀고 4월에 알을 낳으며 5월에 부화해 6월말 이소를 한다.
 
참매는 현재 멸종위기종으로서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되어 있다. 매목 수릿과로, 예로부터 매사냥에 사용되는 대표적 맹금류다. 1년 6개월 미만의 참매를 보라매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공군이 마스코트로 하고 있을 정도로 날렵하며 카리스마가 넘친다.
 
농촌마을 뒤로 보이는 작은 산들이야말로 소중한 자연환경이다. 자연이 준 땅을 야생들과 나누며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재흥<조류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