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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는 것

淸山에 2012. 6. 3. 16:13

 

 

 

 

 

사랑에 빠지는 것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 사랑을 '이루지'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 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 넣어도

그 관계는 채워지지 않는다.

 

정열, 갈망, 초조, 망설임, 투정, 침착, 냉정, 이기심,
헌신, 질투, 광기, 웃음, 상실,
환희, 눈물, 어둠, 빛, 몸, 마음 , 영혼, 등
 그  어느 것이든 이 깊은 관계는 삼켜버린다.

 

모든 게 비워지고 두 사람에게 방향과 세기만 존재하는 힘.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원초적인 감정의 움직임만 남을 때까지
 그 관계속으로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밀어넣는 일은 계속된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마침내 마음의 숲 속 빈터가 열리게되면
 뜨거운 육체의 아름답고 털없는 동물들이 뛰놀게 된다고

서양의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일단 존재가 비워지면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랑은 '나'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질투로 몸이 달아 자살을 떠올리는 심약한 청년이 되기도 하고
 어떤 투정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너그러운 성자가 되기도 하고
 청소차가 지나가는 새벽거리를 비스듬히 누워서바라보는 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레너드 코헨의 노래처럼 권투선수와 의사와 운전수가 될 수 있고,
안치환의 노래처럼 그대뺨에 물들고 싶은 저녁 노을이나
 그대 위해 내리는 더운 여름날의 소나기가 될 수도 있다


김연수 / 사랑이라니,선영아

 

 

 

 

 ♬ Angel - Sarah Mclach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