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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집 잡았지만 … 격이 달랐던 퀸 김연아

淸山에 2013. 3. 16. 04:20

 

 

 

 

 

 

트집 잡았지만 … 격이 달랐던

 

김연아 세계선수권 쇼트 1위
69.97 … 심판진 석연찮은 점수

 


김연아가 15일(한국시간) 캐나다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김연아는 2년 만에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런던(캐나다)=뉴시스]

 


“2011년 이후 우리 모두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김연아가 일깨워줬다.”(AP)

 “김연아는 세계 최고다.”(워싱턴포스트)

 돌아온 ‘피겨 여왕’ 김연아(23)에게 쏟아진 찬사다. 김연아를 견제해 온 일본 언론마저도 “2년 만에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김연아가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했다”(닛칸스포츠)고 인정했다.

 

 김연아는 15일(한국시간) 캐나다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 36.79점과 예술점수 33.18점을 더해 69.97점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자 카롤리나 코스트너(26·이탈리아)가 66.86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무라카미 가나코(19·일본·66.64점)가 그 뒤를 이었다. 강력한 라이벌 아사다 마오(23)는 6위(62.10점)에 그쳤다.

 

 하지만 김연아는 70점이 넘지 않은 점수에 잠시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유로 스포츠의 해설자 제럴든 폰스는 “우스운 판정이다. 10점 정도는 더 받아야 한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김연아의 발목을 잡은 건 롱에지 판정이었다.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을 뛰는 순간 규정과 어긋나는 날을 사용했다며 수행점수 0.2점이 깎였다.

 

 김연아의 ‘롱에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연아는 2008년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컵 오브 차이나’에서 첫 점프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석연치 않은 롱에지 판정을 받았다. 김연아는 이듬해 4대륙선수권과 세계신기록(207.71점)으로 우승한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어텐션(주의)’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이 있던 다음 시즌(2009~2010)에 김연아가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점프에서 플립을 러츠로 교체하며 논란은 종식됐다.

 

 ISU 공인 테크니컬 패널 겸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인 정재은 심판은 “롱에지를 판정하는 테크니컬 패널들은 기술 점수 채점용으로 찍은 영상을 보고 판별한다. 이 때문에 중계 방송 화면만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김연아에게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심판들이 김연아의 점프에 트집을 잡았다(quibble)”고 지적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는 내년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김연아가 2위 이내에 입상하면 한국은 총 3명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김연아가 3~10위를 차지하면 2명, 10위권 밖으로 밀리면 1명만 출전한다. 이 때문에 국내 피겨팬 사이에서는 “전체 심판의 70%를 차지하는 유럽세와 국제 피겨 무대에서 입김이 센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 섞인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작 당사자 김연아는 “깔끔한 점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결과를 받아들이며 17일 오전 시작하는 프리 스케이팅을 준비하고 있다. 김연아는 24명의 출전자 중 맨 끝에 등장한다.

 

 손애성 기자

 

◆ 김연아 내일 프리 스케이팅 연기

-음악 : 레미제라블(4분10초)

 

- 연기 구성 :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트리플 플립-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트리플 살코-스텝 시퀀스-트리플 러츠-악셀·토루프·루프 콤비네이션-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레이백 스핀-코레오 시퀀스-더블 악셀-체인지 풋·콤비네이션 스핀(굵은 활자는 점프)

 

 

 

 

 

 

 

 

절제 아는 연아, 많이 튀는 마오

 

피겨 라이벌의 스타일 비교
직접 의상 고르는 김연아, 뭘 보여줄지 아는 선수
코치 시킨 대로 입는 마오, 밴쿠버 땐 옷 6벌 준비

 


지난 1월 전국 종합피겨선수권대회 때 프리 프로그램 ‘레 미제라블’에서 절제미가 돋보이는 의상을 입은 김연아. [임현동 기자, 사진 왼쪽],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 때 프리 프로그램 ‘백조의 호수’에서 실제 깃털이 달린 백조 의상을 입고 나온 아사다 마오. [AP, 오른쪽]


‘영원한 라이벌’ 김연아(23)와 아사다 마오(23·일본)가 2년 만에 재회했다. 두 사람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진행 중인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2004년 이후 15번째 승부를 가린다. 동갑내기 김연아와 아사다는 태어난 달도 9월로 같다. 1m65㎝에 조금 모자라는 키, 동양인답지 않게 긴 팔과 다리 등 체격조건도 비슷하다. 둘이 10년째 끊임없이 비교되는 이유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스타일을 비교했다.

 

 ◆‘차가운 매력’ 연아

김연아의 특징이자 장점은 세련미에 있다. 작품과 의상 모두 강렬하지만 절제된 느낌이 있다. 정재은 대한빙상연맹 경기이사는 “피겨는 얼음 위의 종합예술이다. 기술뿐 아니라 예술성, 모습과 느낌 또한 무시될 수 없다”면서 “과도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김연아는 절제의 미덕을 아는 스케이터”라고 평가했다.

 

 주니어 시절 ‘록산느의 탱고(2005~2006시즌 쇼트 프로그램)’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김연아는 2008~2009시즌 ‘죽음의 무도’로 세계 피겨 정상에 우뚝 섰다. 속이 비치는 검은색 시스루에 반짝이를 수놓은 의상 또한 피겨 팬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됐다. 김부용 서울모드패션전문학교 교수는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라인이 돋보였다. 눈에만 집중한 화장도 좋았다”고 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도 김연아의 장점을 잘 드러낸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는다. 김연아는 자신의 의견을 작품이나 의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편이다. 김연아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서래지나씨는 “김연아는 까다롭지만 똑똑한 고객이다. 자신이 보여줘야 할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프리 프로그램인 레미제라블에 대해 정 이사는 “한 편의 영화처럼 여러 감정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처음엔 수수해 보였던 카키색의 의상도 은반 위에서 빛이 났다”고 평가했다.

 

 

 ◆‘은반의 공주’ 마오

아사다 마오는 주니어 시절부터 레이스가 달린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했다. 김 교수는 “김연아에 비해 여성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만 레이스나 러플 장식 등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사다는 작품 구성이나 의상 등에서 지도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정 이사는 “강한 지도자였던 타라소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안무와 의상 디자인까지 모두 타라소바가 맡으며 타라소바가 원하는 대로 작품을 구성했지만, 아사다와 어울리지 않을 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시즌 중 의상이 교체되는 일도 잦았다. 밴쿠버 올림픽 시즌엔 6벌을 준비해 대회마다 의상이 바뀌었다.

 

 아사다는 이번 시즌에도 백조의 호수 의상을 시즌 중 바꿨다. 손등과 가슴, 치마 부분에 깃털을 빽빽이 달아 순수한 백조의 느낌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아사다는 뺄 부분을 빼지 못해 과도한 인상을 줬다. 이번 시즌 의상은 비교적 잘 어울린다 ”고 평했다. 이번 의상 역시 타라소바의 작품이다.

 

 손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