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죽이고 있는 시진핑
어쨌든 보시라이는 재기불능이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처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중형이 예상된다. 중국에서 일벌백계는 상시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보시라이도 왕뤼진을 앞세워 2010년 충칭시 사법부장을 처형하는 등 살벌한 국면을 조성했었다. 그 살벌했던 전력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는 조소 섞인 분석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얘기지만 중국 공산당원 사이에는 당은 오지에서 재교육을 시킬지언정 동지들을 절대로 죽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퍼져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처형장면은 대 인민 선전을 위한 영화 촬영이라나. 다분히 중국 공산당적인 얘기다,
지금은 하이에나처럼 재산 해외도피며 아들의 방탕 유학생활등 언론이 떠들고 있지만 보시라이 개인은 꽤 청렴한 인물로 꼽혀 왔었다.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일각에서 일벌레인 보시라이의 업무스타일이 아랫사람을 질리게 만들고, 윗사람에겐 안하무인으로 비춰졌다고 평하기는 한다.
그의 장기는 한밤중에 업무전화 하기. 부하직원들에게 인기가 있을 리 없다.
상관인 랴오닝성 서기에겐 “나는 장쩌민, 주룽지동지가 임명했으니 당신은 당무나 보라”며 면박을 줬단다. 화가 난 서기가 중앙에 올라가 “나를 자르든지 보시라이를 내쫓든지 하라”고 요구했을 정도란다.
중난하이에서는 분명 연일 격론이 오가고 있을 것이다. 그의 처벌 수위며 폭을 놓고 말이다.
상무부장 시절 그는 직급에 어울리지 않게 중난하이에 살았다는데..지금은 숨 죽이고 있는 시진핑이 집권 후 옆집 친구 보시라이와 관련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관심가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시진핑에게까지 후폭풍이 미칠 조짐은 없다.
하지만 시진핑도 집권 이후 몇 년 동안은 낮은 자세로 공청단 라이벌들이며 원로들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기에 조속한 사면 복권은 점치기 힘들다. 공청단의 태두인 후요방서기도 측근 수하였던 후진타오와 원자바오가 양명했음에도 16년이 지나서야 복권이 됐고 자오즈양 총리는 아직도 언급조차 금기시된다.
살얼음판을 딛고 등극한 시진핑은 전임자들보다 더 막후 원로에 의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덩샤오핑 이후로 중국정치는 집단지도체제가 완전히 굳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막후의 정신적인 최고지도자는 존재해왔다.
마오쩌둥(毛??), 덩샤오핑, 그리고 장쩌민으로 이어지는 라인이다.
장쩌민도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정계를 떠난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요직에 대한 인사를 계속조정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쩌민이 와병중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 누가 그 다음 라인에 설까.
전임주석 후진타오가 ‘포스트 장’의 역할을 하며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물론 후진타오의 재임기간은 후계자 수업 기간을 포함해 10년이 넘는 데다, 그동안 자신의 심복들을 도처에 심어놓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으니 이것이 일정한 정치적 자산으로 작동할 수는 있다. 그러나 후진타오의 보스로서의 기질이나 결단력 등에 대해서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악역을 자처한 원자바오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원자바오 총리는 일만 나면 징징 울기만 하는 울보 총리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원자비오는 계속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난해 그가 다롄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한 연설도 중국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 커다란 화제였다. 연설 가운데 중국의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당정분리’라는 직접적인 표현까지 사용했었다. 직접선거의 서구식 민주주의를 하자는 얘기였다,
하지만 원자바오의 이 발언이 중국 국내 신문에는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대목이다. 신화통신 영문판을 비롯한 대외매체에만 공개되었다.
오죽하면 위키리크스는 “중국 지도부 내에서 원자바오는 거의 왕따 수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었겠는가.
때문에 원자바오는 자기 캐릭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내기는 하겠지만 퇴임 후 전임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칩거할 가능성이 높고, 후에 혹시 정치적 격변의 시기가 오면 당내 민주화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부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보시라이 사태를 통해 원자바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권위를 높였다.
앞으로 보시라이 사건의 처리 과정과 처벌 수위를 보면 그의 추후 행보도 관측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일정한 목소라야 내겠지만 그가 최고 막후 실력자가 된다는 것은 가능성 거의 없는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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