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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원하는 '대통령像(상)'

淸山에 2012. 7. 11. 18:41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像(상)' 
 
 
 하늘이 준 세 번의 기회를 놓치니 레임덕에 빠지고 말았다 
 
※7월10일자 문화일보 30면5단 [오피니언_時評]에 게재된 글입니다.
 
崔洸(前 보건복지부 장관)   
 
 
누구든 대통령이 되면 최고의 명예를 갖기에 세속적 개인으로서는 더 이상 추구할 것이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정으로 국민에게 봉사를 하고, 이를 통해 역사에 훌륭한 지도자로 남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사에 답이 나와 있고 인간사, 세상사의 기본을 살펴보면 답이 보인다.

 

대통령은 엄청난 힘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 자원과 힘을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일국의 지도자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줄 알아야 하고, 찾아온 기회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지난 52개월 동안 나라를 바로세우고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천재일우(千載一遇)가 아닌 천재삼우(千載三遇)가 있었다. 불행히도 이 대통령은 그러한 기회를 포착해 역사를 바꾸지 못했다.

 

하늘이 줬던 세 번의 기회 중 첫째는 취임 초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저축은행 비리가 터졌을 때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고 확실한 정치개혁을 할 수 있었던 기회다. 둘째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이 있었을 때 북한을 응징함으로써 국가안보를 확실히 하고 南南갈등을 근원에서 해소할 수 있었던 기회다. 셋째는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막음으로써 앞으로 야기될 혼란과 비효율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다.

 

역대 정권은 언제나 부정과 부패의 추방을 국정지표로 내걸고 출발했다. 그러나 정말 이상하게도 현 정권은 부정과 부패의 추방을 강조한 적이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백서 `성공 그리고 나눔'에 `공직자 부패척결 방안'이 언급돼 있긴 하지만, 추진 기구가 공식적으로 구체화된 적이 없다. 박연차 사건과 저축은행 비리가 터졌을 때 유야무야(有耶無耶)하지 않고 부정부패와 전면전을 펼쳤더라면, 헌정사에 길이 남는 정치개혁이 이뤄졌을 것이고, 최근에 문제되는 대통령 측근의 비리는 애초부터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나라의 대통령은 취임 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선서한다. 심지어 조폭의 두목도 똘마니들이 맞고 오는 경우나 영역이 침범당하는 경우에는 목숨을 걸고 싸우며 그 결과에 따라 두목의 운명이 결정된다. 관광객이 북한 병사의 총에 사살돼도, 군함이 폭파되고 병사들이 죽어나가도, 그리고 군사기지와 마을이 포격을 받아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도 군(軍)의 통수권자는 우왕좌왕하기만 했을 뿐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한 일이 없다. 최근에야 '그 어떤 도발도 우발적 실수가 아니었다'고 남의 나라 일인 듯 말한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당하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연평도를 포격한 진지나 북한의 핵무기 건설기지를 정확히 조준해 공격(surgical bombing)을 했어야 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국민적 영웅이 됐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개혁을 성취할 수 있었다.

 

모든 대통령 후보는 엄청난 공약을 쏟아낸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 수도(首都) 이전을 완강히 반대했으나, 선거 유세 중 충청권 유권자를 의식해 수도 이전을 공약했다. 본심이 수도 이전 반대였으면 당선 직후 직접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막판에 나서긴 했으나 총리를 대신 내세웠을 뿐이었다. 국민투표라는 과정을 거쳐 수도 이전을 무효화하거나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 관련 예산을 일절 배정하지 않음으로써 공사 자체의 중단을 도모했어야 했다.

 

다른 국가 의제를 두고는 대통령이 화도 내고 질책도 했다. 그러나 하늘이 준 세 번의 기회는 애석하게도 모두 놓쳤다. 세 기회 중 한 번이라도 제대로 포착해 잘 대응했더라면 임기 말 레임덕도 없고 역사에 훌륭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아직도 8개월이라는 긴 임기가 남아 있다. 지금도 기회들이 보인다. 역사는 기회를 포착하는 자에 의해 기록된다. 실용정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 4대강, 녹색성장, 동반성장, 공정사회로는 역사에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국민은 지도자가 많은 일을 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기를 원한다.